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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정몽헌 회장이 남긴 것

8일 오전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 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한 2,000여명의 추모객들은 한결같이 붉은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세상을 놀라게 하고, 많은 국민들을 슬픔으로 빠져들게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남기고 영면했다. 그 동안 애물덩어리로 내몰렸던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남북경협이 정 회장의 타계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됐다. 마지막 떠나는 길까지 대북사업에 대한 애정을 보였던 그를 보내며, 정치권도 재계도 한 마음으로 정 회장과 현대가 이룩한 대북사업의 성과를 칭송했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정 회장이 해냈다는 점도 국민들 가슴속에 깊이 각인됐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지속되는 적자로 중단사태가 우려됐던 금강산관광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경협사업이 분단의 걸림돌을 해소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한국을 대표해온 현대그룹이 분열된 지 3년 여 만에 그의 영정 앞에 다시 힘을 모으는 모습도 정 회장 타계 이후 변한 모습들이다. 한 때`왕자의 난`으로 갈등을 겪었던 정몽구 현대 기아차 회장과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현대가 형제들과 가족들은 장례기간 5일 동안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으며, 현대차 임직원들이 발벗고 나서 장례를 지원하는 등 정씨 일가의 화해 기운이 물씬 풍겼다. 이번 정 회장의 타계는 또 정치권과의 결탁이 기업을 망하게 하고 기업인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기회도 됐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 회장 등이 어려운 말년을 보내고 있고, 이어 정 회장의 자살은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열중해야 한다는 점을 깨우쳐주고 있다. 많은 추모객들의 눈시울을 젖게 했던 도올 김용옥 선생의 추모사의 한 구절은 우리가 그의 죽음을 어떻게 승화시켜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정몽헌의 죽음은 개인과 역사의 좌절이 아니다. 좌절해 죽은 것이 아니라 꿈을 새롭게 심어주기 위해 몸을 던졌다.” <조영주 기자(산업부) y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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