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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교민사회 '경악과 침통'
입력2004-06-23 04:15:23
수정
2004.06.23 04:15:23
교민회장 "이집트 교민들도 주의"… 중동지역 비즈니스 격감 우려
알-자지라 방송이 김선일씨 참수 사실을 처음 보도한 것은 카이로 시간으로 저녁 7시40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대에 김 씨의 참수 소식을 접한 카이로 교민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듯 서로 전화를 걸어 보도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알-자지라에 이어 CNN, BBC 등 서방 방송이 이 사실을 보도하자 교민사회는 즉시 충격 속에 빠져들었다. 교민들은 납치범들의 "비인간적인 행동"에 격분하면서도 김씨 가족들의 아픔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관저에서 만찬 도중 참수 소식을 전해들은 최승호 주 이집트 대사는 얼마 전까지도 "살해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한 아랍국가 대사로부터 들었다"며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대사는 카이로 교민사회에도 외출과 여행시 주의를 당부하는 행동요령을 곧바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고상원 교민회장은 "가족들에게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착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고 회장은 이라크가 먼 나라가 아닌 만큼 이집트 교민들도 이젠 주의를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삼성건설 송명환 지사장은 이날 낮 생환 중재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을 때도 그대로 믿지 않았다며 범인들은 주권이양을 앞두고 마지막 저항을 하고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이라크 주재 근무를 해 현지 사정에 정통한 송 지사장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일단 출범하면 외국 군대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치안과 사회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을 잘 아는 무장단체들이 임시정부 출범이전에 외국인 테러와 요인암살 등 테러활동을 통해 저항을 벌이는 것이라고 그는 해석했다.
코트라 카이로무역관의 고규석 관장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우리가 이라크에 피해를 주기 위해 파병하는 것도 아닌데 민간인을 처형까지 할 수 있느냐"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 관장은 앞으로 이라크는 물론 중동 지역과의 비즈니스 거래가 격감하는 등 부정적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교민들이 김 씨 피살 소식에 비통한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상사원들은 정부의 파병은 약속대로 이행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보였다.
한 상사 주재원은 "우리가 중국을 기대할 것이냐, 아랍을 기대할 것이냐"며 "경제적 이익과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기본 방침대로 강행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말했다.
교민들은 김 씨가 무참히 살해됨에 따라 국내의 정치, 사회적 혼란과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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