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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정상회담 뭘 남겼나/베트남 개혁·개방 불길
입력1996-11-21 00:00:00
수정
1996.11.21 00:00:00
우원하 기자
◎「한국풍」 더욱 거세졌다/세제 등 투자애로사항 개선 당부베트남에는 두가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6년 제6차 당대회에서 개혁·개방노선(도이 모이정책)을 채택한 이후 요원의 불길처럼 베트남 전역에서 번지고 있는 경제개발의 바람이 그 하나다.
베트남은 지난 92년이후 연 8%이상의 고도 성장을 구가하면서 탈농업,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 하나의 바람은 「한국풍」이다. 한국풍은 신흥 베트남시장을 선점하려는 우리기업들의 전략과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베트남과의 이해 일치에 따라 생겨난 산물이다.
지난해말 한국은 누계기준으로 3위 투자국이었으나 올들어 9월까지 33건에 7억4천만달러(인가 기준)의 투자가 이루어져 한국은 이기간중 베트남에 가장 투자를 많이 한 나라로 등장했다. 베트남 현지언론에서도 한국의 발전상을 경쟁적으로 소개해 한국에 대한 관심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융숭한 환영분위기속에 이루어진 김영삼 대통령과 도 무오이 공산당 서기장간의 20일 정상회담은 이런 의미에서 베트남에 불고 있는 공업화바람과 한국바람의 강도와 폭을 한층 높이고 넓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 정상은 앞으로 정치 군사 문화 등 여러방면에서 양국관계를 균형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경제였다. 한국과 베트남은 그동안 철저하게 호혜적 경협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기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우선 김대통령은 우리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자동차, 시멘트, 발전소, 제철소, 정유공장 등의 사업에 대한 베트남당국의 호의적인 배려를 당부하고 토지, 공공요금, 세제 등에서의 투자 애로사항을 개선해줄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우리 은행의 지점설치 허가에 대한 당부와 한국전용공단설치에 대한 협조 등 보다 구체적인 의제도 정상회담에서 거론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회주의의 속성상 경제분야에도 정부와 당의 입김이 절대적이어서 국내기업들이 우리정부가 베트남 진출의 가교역할을 해줄것을 원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방문은 그 역할을 정부가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측은 직업훈련소 신축사업 등 무상지원 사업과 열병합발전소 건설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추가 지원문제 등을 거론해 우리가 이를 긍정 검토키로 하는 등 시종 호혜적 분위기가 이어졌다.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남다른 소회를 느끼게 하는 땅이다. 30여년전 둘로 갈라졌던 이땅에서 우리의 많은 전사들이 피를 흘렸고 지금의 베트남은 우리와 서로 총을 마주 겨눴던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체제와 역사가 다르더라도 미래를 위한 협력에는 양국이 한치 이견도 없었다는 것이 정상회담배석자들의 평가였다.<하노이=우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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