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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러 고립 작전'에도 느긋한 푸틴

"푸틴과는 건설적 관계 안 맺어" 냉전 후 첫 봉쇄정책 나섰지만

서방 에너지기업 협력확대 추진… "미국 의도 시작부터 어긋" 관측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에 대해 장기적인 '정치·경제적 봉쇄'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서방 에너지 기업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잇따라 만나 협력확대를 시도해 미국의 의도가 시작부터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참모들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대치 상황이 해결된다 해도 푸틴 대통령과는 더 이상 건설적인 관계를 맺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년반가량 남은 임기 동안 외교무대에서 푸틴을 철저히 무시하거나 최소한의 형식적 협력만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와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단절시켜 러시아의 영향력을 주변 지역으로 묶어놓은 후 외톨이 국가(pariah state)로 만들려는 '봉쇄정책'으로 귀결된다. NYT는 "미국이 냉전 이후 소련 붕괴시점까지 이어온 봉쇄정책을 오바마 행정부가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푸틴이 당장은 우크라이나에서 정치적 성공의 축배를 들겠지만 봉쇄정책의 대가로 장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가 크게 망가지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오바마 봉쇄정책의 성공 여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의견을 같이해온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가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서방 에너지 대기업들은 천연가스와 원유가 풍부한 러시아와의 협력확대를 타진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한 태도다.



이날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로열더치셸의 벤 반뵈르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면담했다. 두 사람은 셸과 러시아 국영 에너지 업체인 가스프롬이 공동 설립한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확장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뵈르던 CEO는 성명에서 "셸은 러시아와의 관계증진을 바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가 기대된다"고 말했으며 푸틴 대통령도 "당연히 가능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타임스는 "대기업들이 이번 사태를 사업확장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업체 로스네프트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BP의 밥 더들리 CEO는 "러시아와의 협력은 일상적 사업"이라며 관계단절이나 사업축소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프랑스 토탈도 러시아의 루크오일과 협력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스타토일도 러시아에서 탐사·시추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알아서 푸틴을 안심시키고 있다"며 "이 정도면 푸틴은 서방의 경고를 묵살해도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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