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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 영웅전] 사고만 나지 않으면

제5보(72~100)



좌변의 백대마가 잡혔다. 돌의 수효는 11개. ‘마왕’이라는 새 별명을 듣는 이세돌의 대마가 속절없이 잡혔다. “과연 콩지에는 한국기사 킬러로군.”(서봉수) “아직은 몰라요. 대마 죽는다고 바둑 지는 것은 아니니까.”(김성룡) 일단 백은 80으로 틀어막는 수순을 얻어냈다. 게다가 이 수는 선수이다. 흑85의 후수 보강은 절대수순. 이것으로 좌변에는 60집 가까운 흑의 확정지가 생겼다. 백86은 실전적인 수법. 원래 이런 식의 걸침은 초보자나 하는 것이지만 지금은 좋은 수가 되고 있다. 흑89는 부자 몸조심. 사고만 나지 않으면 이긴다고 콩지에는 굳게 믿고 있다. “콩지에가 부자 몸조심을 몇 번 더 해준다면 백승도 전혀 불가능은 아닐 텐데….”(서봉수) “기대해 봐야지요. 콩쥐는 원래 착하잖습니까. 팥쥐는 악질이고 콩쥐는 착하고….”(김성룡) 콩지에의 이름이 처음 한국에 알려졌을 때 기자들은 정말로 콩쥐라고 부르며 웃어댔다. 구리의 이름도, 펑첸의 이름도 처음에는 상당히 이상하게 들렸다. 흑89는 다소 헤픈 수였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에 젖혀 흑15까지(10은 3의 자리) 상변을 차지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백98까지 일단 이세돌도 상변을 모두 차지해 바둑을 계가권으로 만들었다. 검토실에서는 좌변에 백이 참고도2의 백1로 붙이면 백이 2로 버티는 수가 있느냐를 놓고 잠시 논의가 있었다. 흑이 2로 버티면 백3 이하 8로 너무 뒷맛이 나쁘므로 흑이 견디기 어렵다는 결론이 쉽게 나왔다. 바로 이곳이 나중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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