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 등 정권비리 악재가 확산일로이고 당 내부적으로 대선 경선 규칙을 놓고 계파 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친박근혜계 내 갈등까지 더해지며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리더십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5ㆍ15 전당대회가 3주밖에 남지 않았지만 박 위원장만 바라보는 1인 독주체제로 과거의 공룡체질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우선 정권 말 권력형 비리가 잇따라 터진 점은 새누리당에 큰 악재다. 현 정권의 대표적 실세로 꼽히는 최 전 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의 수뢰 의혹이 커지면서 검찰 수사의 향배에 따라 파장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앞으로 레임덕에 시달리게 될 현 정권과 차별화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박 위원장은 전날 강원도 방문길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모든 것을 처리해야 된다"며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총선 전 여권 공멸의 위기감으로 뭉쳤던 것에 비해 지금은 친박계와 비박(非朴)계 간 대선 후보 경선 규칙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친박계 내부 권력투쟁 양상도 불거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24일 MBC 라디오에서 "박 위원장은 이회창 총재가 압도적 대세이던 2002년 당시 경선 룰을 고치자고 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며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거듭 요구했다. 이번주 말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정몽준 전 대표도 완전국민경선제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전날 강원도를 방문해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하는 것"이라며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친박계의 갈등이 본격화되며 박 위원장의 '불통(不通)' 이미지가 살아나는 것도 부정적이다. 친박계 내 개혁성향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이 작심한 듯 박 위원장 주변의 최경환 의원 등을 겨냥하고 나서는 등 친박계의 알력 양상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 의원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총선 전에 30%에서 총선 후 40%가 된 정도로 문재인과 안철수를 이기기에는 힘들다"며 "(최근 김형태 당선자의 출당과 문대성 당선자의 탈당 사태 등을 들어) 박 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 같지 않아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혜훈 의원 역시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이라고 거들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도 최경환ㆍ이한구 의원 등을 겨냥해 "거기에 추종했다가는 별로 좋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 측은 "억울하다. 역할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남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수습에 나섰으나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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