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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개인회생제 악용사례 늘어

공직신분 이용 신청땐 100%인가·빚도 절반 탕감<br>상환능력 있는데도 "빚 줄이자"…1만여명 신청<br>"심리절차·윤리감사 강화로 모럴 해저드 막아야"



공무원 A(52)씨는 지난 해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을 냈다. 1억5,000만원의 빚 때문이다. 직장 동료의 ‘권유’(?)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부담은 됐지만, 원리금(원금+이자)을 성실히 갚아나가고 있었다. A씨는 정년퇴직시 3~4억원의 퇴직금도 받을 수 있어, 이 돈으로 충분히 빚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A씨는 직장 동료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그 많은 빚을 다 갚을 거냐, 바보아니냐”는 핀잔이었다. 동료들은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100% 받아들여 지고, 빚도 절반 정도만 갚으면 모든 채무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A씨는 설마 하면서 개인회생을 신청했는데, 몇 달 후 월 수입 중 일정금액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개인회생을 허가한다는 법원의 통지를 받았다. 대신 A씨는 월수입 250만원 중 생계비를 제외한 110만원을 2011년까지 매월 납부해야 한다. A씨는 1억5,000만원의 빚을 갚아야 했지만, 개인회생을 통해 총 부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600만원(2011년까지 매월 갚아야 할 금액)으로 빚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됐다. ◇공무원 1만명 넘을 듯= A씨처럼 퇴직금 등으로 1억5,000만원의 채무를 일시에 상환할 능력이 있는데도, 개인회생을 악용해 빚을 줄이려는 몰염치한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17일 법원과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공단) 등에 따르면 공무원 신분으로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들은 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금공단에서 대출한 경우만이 아니라, 시중은행 등서 대출해 연체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까지 합치면 대략 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개인회생 전문인 P변호사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공무원 중 절반 가량은 공단이 아닌 일반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린 후 연체하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회생 신청 공무원은 대략 1만명 정도는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사회 “공공연한 비밀”= 실제 서초동 인근의 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사무실에는 갚을 능력이 충분한 데도, 개인회생 통해 빚을 탕감 받으려는 공무원들의 신청이나 전화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 과천 청사에 근무하는 한 5급 공무원은 “주변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공무원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사정이 어려운 케이스도 있겠지만, 갚을 능력이 있는 데도 빚 탕감을 목적으로 개인회생을 악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공무원은 “같은 공무원끼리도 창피하다”고 덧붙였다. 기능직 9급 공무원 D(35)씨도 1억여원의 빚을 지고, 최근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D씨는 매월 200여만원의 월급을 받는 가운데, 이중 85만원만 매달 변제하면 된다. 하지만 D씨는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자동 해제됐다. 그는 얼마 후 다시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D는 벌써 3차례나 ‘개인회생 신청->해제->재신청’을 반복했지만, 이에 대한 제재도 전혀 없었다. ◇법조계 “공무원 상대적 유리”= 개인회생은 일정한 수입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이 때문에 개인회생 도입 때부터 빚 갚을 형편이 되는 데도 묻지마 신청하는 등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법원에서도 나름대로 개인회생 심리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지만, 의도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를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허위학력 파문으로 세간을 떠들썩 하게 했던 신정아씨도 매달 수천만원을 쓰면서도, 개인회생을 신청해 허점이 많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개인회생 전담 P판사는 “교사, 공무원 등의 개인회생제도 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원이 그들에게 다른 심사 잣대를 댈 수 는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전문 브로커와 짜고 법원 심리를 통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오기 때문에 악의적인 개인회생 신청자를 가려내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일선 판사들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이나 교사 등 전문직의 경우 개인회생 인가요건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변호사는 “상환능력이 충분한 공무원들이 악용하지 못하도록 판사확충 등을 통해 심리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도 윤리감사를 강화해 개인회생을 악용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적발해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제도란= 무담보 채권의 경우 5억원, 담보부채권의 경우에는 10억원 이하의 채무가 있는 사람 가운데 일정한 급여소득자로 파산 우려가 있는 사람이 3년 내지, 최장 5년 동안 채무를 상환하고 나머지를 탕감받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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