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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기업의 성숙한 공생문화

지난 2007년 7월, 일본 니가타(新潟)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한 부품업체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자동차 엔진의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리켄' 공장라인이 멈추자 이 회사로부터 납품을 받던 일본의 모든 자동차업체의 생산은 '올스톱'됐다. 이에 따른 일본의 자동차 감산은 총 11만대. 당시 일본 산업계를 뒤흔들었던 이른바 '리켄 사태'다. 리켄 사태는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일본에서는 부품회사 한 곳의 조업중단이 업계 전체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진 부품공급체계의 취약성에 반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우리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업계에 파급력을 지닌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납품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즉각 공조체제를 갖춘 대기업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한낱 '하청업체'로 치부되는 우리 중소기업들의 부러움을 샀다. 당시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700명이 넘는 지원인력을 파견해 1주일 만에 리켄 공장을 재가동시켰다. 2011년 3월, 일본 동북(東北) 지역은 규모 9.0이라는 초유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 지역에 위치했던 수많은 부품소재 공장들이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도 없는 타격을 입었고 자동차업계의 생산중단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국내 완성차 공장의 조업중단 일정을 22일로, 26일로 거듭 연기할 방침이다. 이번에도 일본의 취약한 부품공급체계에 대한 문제가 해외 언론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워낙 엄청난 재난이기는 했지만 제3자가 보기에 장기화되는 조업중단 사태는 '리켄' 이후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일본 제조업의 취약점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 일부 공장이 완성차를 생산할 수 있는데도 조업 재개를 서두르지 않는 것은 납품업체들의 상황을 충분히 지켜보고 안정적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도요타의 주도로 각사는 부품업체 생산재개시 자사에 우선 납품하도록 종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로써 중소기업은 거래처가 끊길 염려 없이 피해복구에 전념하고 생산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산업계가 동북 지진을 계기로 어떤 시사점을 얻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중소 납품업체에 대한 일본 대기업의 배려와 유기적인 공조체계는 여전히 부럽다. 지난 4년 동안 우리의 대ㆍ중소기업 관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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