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발표된 경선 결과에서 이 대표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쁨을 누릴 순간은 없었다. 20일 오후 한 인터넷 게시판에 이 대표 측 선거캠프 관계자로부터 받았다는 한 네티즌의 수신 메시지가 올라왔다. "ARS(자동응답전화) 60대가 끝났으니 전화가 오면 나이를 속여서 답변을 해라"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른바 '이정희 파문'의 시작이었다.
이 대표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제 동료들(선거캠프 상근자 두 명)이 불미스러운 일을 한 데 대해 이유와 경위를 불문하고 깊이 사과 드린다"며 재경선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 의원은 "범법자와 경선을 치를 수 없다"고 거부하면서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고 이 대표는 "진보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는 비판 속에 거센 사퇴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수뇌부들은 22일 새벽 긴급대표단회의를 갖고 이 대표의 출마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내심 이 대표의 자진사퇴를 기대했던 민주통합당은 당황하며 압박용으로 '백혜련(당시 경기 안산 답원갑 예비후보) 공천 카드'를 꺼냈다. 이에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격하게 대응하며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재대응했다.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지역구 유세를 위해 부산에 머물던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상경했고 이 때문에 당시 광주에 머물던 이 대표도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문 고문을 만났다. 이에 앞서 진보진영 원로 인사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 대표는 더욱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빠져들었고 결국 이날 오후3시께 총선 불출마와 함께 야권연대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통합진보당은 서울 관악을 지역에 이상규 전 서울시당위원장을 공천했고 민주통합당이 무공천 하기로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상규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김 의원과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전 서울시의회 의원)과 맞붙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