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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도쿄서 보는 한일관계


아베 신조 정권이 수립된 지 반년, 그리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급속히 냉각된 한일 관계는 좀처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물론 이렇게 된 최대 이유는 일본 정치권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역사인식 관련 망언ㆍ망동의 퍼레이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베 총리는 아시아 제국 및 미국ㆍ러시아를 방문해 정상 외교를 정력적으로 전개하는 한편 아프리카 정상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여 개발ㆍ자원 외교를 펼치는 등 왕성한 정상외교를 펼치고 있다. 북한에는 측근을 파견해 '납치 문제' 해결을 통한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일본 내부서 우경화 제동조짐 있어

박 대통령 역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그의 신뢰 프로세스 및 동아시아 평화 구상에 대한 지지를 획득한 데 이어 이달 중에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만나 전략적 호혜 관계를 다질 예정이다. 이처럼 양국은 정상외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한일 간에는 정상회담은커녕 외교장관 회담조차 급거 취소되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는 올바른 역사인식을 전제로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구한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일 정책 기조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한일 관계를 이대로 방치한 채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때까지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곱씹어볼 문제이다.

이러한 와중에 다소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나친 우경화 경향에 대해 제동을 거는 변화 조짐이 일본 내부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본유신회에 대해 유권자가 등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극우적 언행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시민사회와 언론계에서 등장하고 있다. 급기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베 정부가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의 방침을 답습한다는 방침을 재천명했고 아베 총리 자신도 하시모토 유신회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변화를 추구하는 데 효율적인 방법은 국가가 전면에 나서는 것보다 1.5트랙을 활용하거나 시민사회나 학문적 차원의 대화 및 교류 촉진을 통한 해법 모색에 있다.



필자는 과거사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전문가 및 관계자로 구성된 '한일 역사 화해 추진 공동기구'를 조직해 한일협정 50주년이 되는 2015년을 기한으로 과거사 문제 해법을 공동연구, 제출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이 기구에는 양국의 학계 전문가는 물론 시민단체의 대표, 그리고 법조계 인사 등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당분간 이 공동기구에 일임시키고 외교 당국은 경제ㆍ안보ㆍ문화 등 실질적인 협력이 요구되는 분야에 에너지를 집중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과거사와 분리 미래비전 제시해야

한일 관계에는 역사인식 문제뿐 아니라 대북정책 공조, 안보 협력,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경제 협력 사안은 물론이고 지식문화 교류 및 환경ㆍ에너지, 기술 등의 영역에서 대화와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다수 존재한다. 박근혜 정부는 대일 외교 전선을 재정비해 연내 정상회담을 실현시킴으로써 임기 내에 추진할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대일 외교의 로드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이 한국과 더불어 동아시아의 안전과 평화, 그리고 번영의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동시에 미중 양강 시대에 바람직한 한일 관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뢰 프로세스를 대일 외교에도 적용시켜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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