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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23일] '사공 많은' 한국경제

"더블딥도 그렇고 정부 당국자끼리 서로 다른 얘기들이 자꾸 나오는데 혼란만 생기는 것 아닙니까."(박종근 한나라당 의원) "토론이 너무 봉쇄되면 또 다른 부작용을 낳습니다. 의견표시는 토론으로 봐 주십시오."(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22일 속개된 국정감사장. 윤증현 장관은 이날 시작머리부터 곤혹스러운 질문에 마주했다. 특유의 무덤덤함으로 답변했지만 '사공이 많다'는 질문을 대하는 그의 얼굴은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윤 장관 뒤편에 배석했던 한 고위 당국자가 전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공이 많으니 배가 산으로 간다"는 푸념을 내뱉었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에는 씁쓸함마저 묻어났다.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을 들춰보면 활발한 토론이 있어야 할 곳에서는 일방통행만 벌어지고 엉뚱한 곳에서만 소모적 논쟁이 벌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치인 출신으로 화려하게 등극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그는 정부가 안을 확정한 지 두 달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임시투자세액공제만 따로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이익을 생각하는 그의 속 깊은 마음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표출된 내용만 놓고 보면 경제사령탑 역할을 하는 윤 장관에 대한 배려심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청와대는 어떤가. '왕 특보'로 불리는 강만수 경제특보의 '더블딥' 발언이야 그렇다 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등 이른바 친서민 정책들 대다수가 청와대 아래 설치돼 있는 위원회의 기획 작품이다. 참여정부 시절 '위원회 공화국'이라 비판했던 현 정부의 인사들이건만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물론 모든 정책을 정부, 특히 재정부가 독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업과 달리 국가는 성장ㆍ복지 등 수많은 부분을 품에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직 간, 부처 간 목표가 다르고 서로 이견을 보이는 것도 그 때문에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런 조정과 조율이 정제되지 않은 채 중구난방 식으로 쏟아져 나온다는 점이다. 책임은 지지도 않으면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모습은 딴죽걸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의 핵심, 그것도 대통령 주변에 있는 사람과 정치판에 몸 담았다는 사람들이 더더욱 머리의 순서를 헷갈려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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