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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업은 어떻게 돈을 벌까

■ 괴짜 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사 펴냄<br>각종 스포츠 대회·축제 등 주민대표·경찰과 밀착 통한<br>갱단 수익 창출 과정조사 눈길

조직폭력배와 지하경제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책은 초보 사회학자가 국가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도시 빈민층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이들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연구한 과정을 담았다. 사진은 영화‘대부’의 한 장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조직폭력배는 강탈ㆍ도박ㆍ매춘ㆍ마약밀매 등 검은 사업에 손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어떻게 사업을 추진ㆍ확장해 수익을 내는지에 대한 학문적 연구 결과는 드물다. 특히 사회 현상을 연구ㆍ분석하는 학문인 사회과학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한 명쾌한 이론과 실질적인 해결법을 내 놓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가난은 왜 대물림이 되는지, 왜 범죄는 끊이지 않는지, 경제규모는 커지지만 비정규직은 왜 늘어나는지 등 쉽게 해결되지 않는 현안에 대한 학자들의 해법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콜럼비아대학 사회학과 교수인 저자는 끊임없이 떠오르는 호기심에 답을 구하기 위해 학교를 벗어나 사회 속 깊숙이 문제가 발생하는 그곳으로 찾아갔다. 그가 간 곳은 1960년대 지어진 후 방치된 미국 시카고의 한 공영 주택단지. 마약과 섹스 그리고 가난에 찌들어 경찰조차 접근을 꺼리는 도시 빈민촌을 다짜고짜 찾아간 그는 최하위계층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도시 빈곤에 대한 설문조사가 목적이었지만 그는 곧 시카고 거리의 갱단을 관리하는 ‘블랙킹스’의 무리와 접촉하면서 갱의 보스와 친구가 된다. 그는 시카고 시내의 마약상, 코카인 중독자, 무단 입주자, 매춘부, 포주 등 어둠 속에 사는 도시 빈곤층과 접근해 이들의 실상을 더듬어 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무사히 연구결과를 도출하기까지 갱 두목의 보호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갱단이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카고 내에서 벌어지는 농구선수권대회 등 각종 스포츠와 축제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더욱이 시카고 경찰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축제가 열린다는 것도. 또 그는 갱단 보스와 밀착 관계를 맺고 있는 시카고 주민 대표를 목격하기도 한다. 그는 연구를 통해 갱단, 주민대표, 경찰의 은밀한 협력과 역학관계를 연구ㆍ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사회 안전망과 복지의 사각 지대를 움직이는 지하 경제를 현장에서 밀착 조사한 그는 국가 대신 무법의 갱조직이 가난한 이들을 보호하고 있어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책상 앞에서 설문조사를 통계 처리해 그럴듯한 이론을 도출하는 기존 사회과학 연구의 관행을 뒤엎은 그의 행보는 대학에서 이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책은 그가 시카고 도시 빈민촌에 어떻게 접근해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연구업적을 쌓기보다 사회의 문제가 어떻게 방치되고 이것이 왜 다시 가난으로 굳어지는지에 대한 과정을 한편의 소설처럼 전개해 나간다. 정리된 명제를 제시하고 이를 다시 해석해 나가는 사회과학 연구결과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현장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된다. 글에 녹아있는 구체적인 숫자와 데이터 그리고 ‘난 체’ 하지 않고 빈민층과 인간적으로 만나 그들의 문제를 연구업적으로 승화시킨 저자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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