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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이젠 소프트스트럭처다] <3> 시공에서 투자로… 금융 능력 키워라

"부가 수익 창출"… 금융 전문인력 갖춘 '디벨로퍼'로 변신을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단순 EPC 시공 프로젝트의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자형 개발사업 등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한 해외 첫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례로 꼽히는 SK건설의 싱가포르 주롱 아로마틱 콤플렉스(JAC) 시설 전경. /사진=SK건설


SK 싱가포르 JAC프로젝트 단순시공 일괄도급 방식 탈피

'계획서 운영까지' 토털 솔루션

삼성물산·대림·롯데 등은 민자발전사업 적극 진출

수출입銀 등 정책금융 확대… 개발형 인프라 투자 늘려야


바다와 육지를 가르며 늘어서 있는 수십개의 독(Dock). 각각의 독에 정박한 선박에는 가득 실린 컨테이너가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8차선 도로에는 승용차보다 화물차가 더 많이 내달린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교역항이자 세계 3대 원유 거래시장으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싱가포르의 첫인상이었다.

물류항을 지나 싱가포르 서남편 끝머리까지 다다르면 싱가포르에서 단 하나뿐인 국가산업단지 주롱섬을 마주할 수 있다. 입국심사보다도 엄격한 출입심사와 권총을 찬 보안요원을 지나야만 들어설 수 있는 곳이다. 보안검색대를 지나 엑손모빌·쉘·듀퐁·바스프 등 글로벌 석유회사들의 거대한 정유시설 열 개 남짓을 지나치자 108m 높이로 우뚝 선 탑이 눈에 들어온다. 연산 800만톤의 파라자일렌(PX·합성수지의 원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주롱 아로마틱 콤플렉스(JAC)의 핵심시설인 자이렌 분별증류탑이다. 지난 4월 모든 시공 과정을 끝낸 현장에서는 시운전을 위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디벨로퍼'가 되라=SK건설이 주도한 싱가포르 JAC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해외 건설사(史)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단순 시공인 EPC 럼섬 턴키(Lump Sum Turnkey·일괄도급) 방식에서 탈피해 투자형 개발사업의 지평을 연 동시에 우리나라 정책금융기관이 주도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수행한 첫 사례다.

2007년 SK건설이 시공 파트너로 참여한 JAC프로젝트는 2008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에 봉착했다. PF를 끌어왔던 주요 금융사인 네덜란드 ABN암로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에 인수합병되면서 PF가 무산됐기 때문.

사업은 SK그룹이 JAC의 지분을 30%까지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급반전했다. 그룹의 투자로 주도권이 싱가포르 켐원(Chemone)그룹에서 SK로 넘어오면서 프로젝트의 신용도(Credit)가 높아지자 PF도 끌어올 수 있었다. 결국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총 사업비 24억4,000만달러의 80%인 15억6,000만달러를 유치하면서 3년여의 공회전 끝에 사업이 돛을 올리게 됐다.

심영한 SK건설 JAC프로젝트 디렉터는 "정유시설이 들어서기에 입지적 여건도 좋았고 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결정했던 것"이라며 "결국 투자는 성공으로 이어졌고 SK건설과 SK종합화학, SK가스는 주주로서의 이득뿐만 아니라 부가적인 수익 모델까지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이 안 되는 수백가지 이유 가운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코디네이팅 능력을 갖춰야 디벨로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작게는 금융조달을 쉽게 하고 크게는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전문 인력"이라고 말했다.



SK건설은 JAC프로젝트를 통해 단순 시공 건설사에서 사업주에게 사업계획부터 금융조달, 시공, 운영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디벨로퍼로 변모했다. 2012년에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투자형 개발사업인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 프로젝트의 PF 조달도 성공시켰다. 9억6,000만달러 규모의 터키 유라시아 해저터널은 우리나라의 해외 첫 민관협력사업(PPP)의 첫 장을 연 사업이다. JAC프로젝트를 같이했던 켐원그룹, 중국업체 등과는 말레이시아에서 98억달러 규모의 정유시설 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투자형 발전…IPP가 뜬다=발전 플랜트도 개발도상국의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투자 유망 분야로 떠오른 시장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한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57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계획돼 있는데 이 중 발전 부문 투자 예정액만 12조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발전 부문도 중국의 맹렬한 추격 탓에 시공사로서 한국 건설업체의 위상이 위협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건설업계가 찾은 새로운 돌파구가 바로 민자발전사업(Independent Power Producer)이다. IPP란 민간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직접 발전소를 짓고 소유하면서 정부에 전력을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 건설업체의 해외 IPP사업 1호는 삼성물산이 지분을 투자한 사우디 쿠라야 IPP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 동부 담맘 인근에 오는 2014년까지 3,927㎿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전력 사용량에 관계없이 사우디 정부가 20년 동안 일정량을 구매하는 안정적 수익구조라 투자수익률이 10~11%에 달한다는 게 삼성물산 측의 설명이다. 2013년에는 사우디 라빅2 IPP사업에 지분을 투자해 시공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달 국내 최초 IPP 모델 포천복합화력발전소의 상업운영을 시작한 대림산업도 민자발전 전담 계열사인 대림에너지를 세우고 해외 전력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한국중부발전·대림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사비만 13억달러가 넘는 파키스탄 아자드 파탄 수력발전소(640㎿) 사업의 지분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앞서 가는 일본…쫓아오는 중국=정책금융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힌다. 한국수출입은행 등은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20년 이상 장기저리대출이 가능한 정책금융기관이다. 국가신인도도 일본과 동급일 만큼 높아 해외에서도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각 건설사의 금융 전문 역량이 너무 취약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제 걸음마 단계인 투자형 인프라 개발사업에서도 '넛크래커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과거 투자형 개발사업에서 실패를 맛본 뒤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돌아섰던 일본은 최근 들어 중남미를 중심으로 다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도 막대한 공공자금을 기반으로 아프리카의 지분형 투자사업을 독점한 뒤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성 진단과 금융조달 능력 등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라며 "최근 들어 각 업체가 금융조달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나서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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