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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8월 27일] 한중 관계, 새롭게 정립하자

오영호(한국무역협회 부회장)

한국인과 중국인의 첫 만남은 대부분 유쾌하게 출발한다. 우리의 온화한 성격과 그들의 대륙적인 느긋함은 서로를 편하게 해준다. 만약 상담이 진행 중이라면 금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잔을 부딪칠 것 같다. 그러나 시간을 갖고 협의하다 보면 두 사람은 곧 난관에 부닥친다. 논의가 진전될수록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 한일 관계가 ‘가깝고도 먼 사이’라면 한중 관계는 ‘알고도 모를 사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간 협력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오랫동안 누적돼온 역사적 애증관계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 속에 그 답이 있지 않을까. 돌이켜 보면 한중 두 나라는 갈등과 화해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긴장과 대립의 연속이었던 고구려시대를 거쳐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평화가 찾아왔지만 지난 세기에는 한국전쟁으로 다시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개괄하자면 우리가 주로 의존하거나 피해를 보는 쪽이었다. 심정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가장 가까워야 함에도 현실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이념의 스펙트럼에서 그들과 우리는 여전히 반대편에 서 있고 경제전쟁 시대를 맞아 때로는 협력도 하지만 경쟁을 벌일 때가 더 많다.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그간의 심한 부대낌이 부지불식간에 마음 한편에 부담감과 불안감으로 뿌리내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국사회에 폭넓게 퍼져 있는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는 ‘경계담론’과 “더러운 나라” “짝퉁천국” 같은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가 대표적이다. 세계경제위기를 계기로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 반열에 올랐다. 그럼에도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으며 대중 관계는 정치ㆍ군사적 고려와 우리 내부의 입장에 따라 부침을 반복하고 있다. 한중 수교 17주년(24일)을 계기로 중국의 존재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그들과의 관계 재정립에 나서야 한다. 사막화ㆍ환경오염 같은 지구 황폐화나 우주개발 등 한국인의 삶과도 밀접하게 관계된 많은 난제를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한다면 협력의 접점도 넓어질 것이다. 오랫동안 쌓여오면서 변형된 그간의 인식에 대한 반성적 성찰로 감정적 장벽을 허물기 시작한다면 호혜의 폭도 확대될 것이다. 무엇보다 진심 어린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견제보다 협력이, 경쟁보다 연대가 효과적이었음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좋건 싫건 지구 역사가 계속되는 한 중국은 우리와 등을 맞대고 살아야 할 이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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