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 친구에 대한 단상


요새 갑자기 친구가 넘쳐나는 기분이다. 휴대폰에 연신 울려대는 카톡과 밴드 메시지 덕에 예전에는 어쩌다 한번 소식을 듣고는 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오늘 저녁을 무엇을 먹었는지, 어떤 영화를 봤는지, 골프는 어디서 쳤고, 누구랑 산에 갔는지 가만히 앉아서도 다 알게 됐다.

또 모임에서 수인사만 한 사람들도 모임별로 각각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거의 매일 대화하고 댓글을 달다 보니 십년지기처럼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내 짧은 댓글 하나에도 칭찬과 위로와 공감의 댓글들이 쌓이는 것을 보면 내가 그들에게 크나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듯도 싶고 나 역시 타인의 글에 수시로 댓글을 남기면서 '난 역시 자상해'라는 자아도취성 만족감이 들기도 한다.

혹자는 무플은 죄악이라며 매일 아침 스마트폰을 열어 밤새 쌓인 대화에 댓글을 다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라 하니 우리 어른들의 생활도 아이들 못지않게 참 많이 바뀌기는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통한 교류가 많아지고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깊이 있고 진정한 관계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나에게도 어렸을 적부터의 친구들이 있다. 커가면서 서로 가는 길이 달라 자주 만나지 못한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 남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도 부담 없이 털어놓고 가슴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를 허물없이 나눈다. 서로 어릴 적 흉허물부터 봐온 사이니 잘난 체할 일도 없고 자존심을 내세울 일도 없어 이 만남이 누구보다 편하다. 예순이 되고 일흔이 돼도 이 친구들은 나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먼저 이러한 친구가 되고 있는가는 생각지 못하기 쉽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진정한 친구는 조건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주는 것이다.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고 내가 그런 친구가 돼주는 일은 더욱 행복한 일이다.

나는 오늘의 나에게 묻는다. 수많은 문자 메시지에 진심이 담겨 있었는지,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에 얼마만큼의 진정성이 담겨 있었는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부질없는 자신의 자랑으로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은 없는지, 친구가 하는 말을 듣기 싫다고 막지는 않았는지, 무엇보다 친구가 잘됐을 때 진심으로 마음속으로부터 축하를 해줬는지 물어본다.

세상에 독불장군은 없다. 사람은 서로 돕고 살도록 돼 있다. 한자에서도 '사람 인'은 두 개의 막대기를 서로 기대어놓은 것으로 쓰지 않나. 그것은 사람은 누군가 의지하고 믿고 살게 돼 있어서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함께할 사람들 중 가까운 친구보다 좋은 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 겨울이 가기 전, 친구와 함께 왠지 눈길을 걷고 싶다. 눈이라도 오면 어깨에 쌓인 눈송이 털어주며 따듯한 차 한 잔 하며 어깨동무하고 걷고 싶다. 친구는 나에게 사랑과 같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