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쟁력 충분… 외국 로펌과 제휴 계획없어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

전문화된 인재 팀플레이로 종합적 서비스 제공이 강점

설립 초기부터 조합형 로펌 글로벌 성장에도 가장 적합

"법률시장 개방에 대처하는 특별한 비책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끊임없는 노력만 있을 뿐이지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우리나라 법조계에서 갖는 의미는 크다. '소송에서 이기려면 김앤장 변호사를 선임하라', '변호사로서 성공하려면 김앤장에 가라'라는 말이 경구(警句)처럼 나돈다. 여기서 김앤장은 승리ㆍ성공 같은 것을 상징한다. 지표는 상징을 증명한다.

국내 부동의 매출 1위, 국내 최초 세계 100대 로펌 선정, 국제중재 분야 세계 30위, 조세분야 12위 같은 순위가 그것이다.

조직이 잘 나가면 선망과 동시에 시기를 받는다. 곱지 않은 시선이 꽂히기도 한다. 김앤장이 '법조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30년 넘게 김앤장을 이끌어 온 이재후(72ㆍ고등고시 13회) 대표변호사 역시 김앤장이 받는 애증의 눈길을 알고 있다. '1위 김앤장에 대한 막연한 반감과 두려움이 있다'는 질문에 이 대표변호사는 "국내에서 사무실이 가장 크고 또 많은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며 "그 중에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오해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임료를 예로 들며 "같은 사건을 맡아도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전문화된 변호사 5~6명의 팀을 투입하다 보니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고려하지 못해 오해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김앤장의 특성을 함께 봐달라는 주문이었다.

전문화는 김앤장이 설립 초기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이 대표변호사는 우수한 인재들이 팀플레이를 하며 각자의 전문성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체계를 김앤장 최대의 장점으로 꼽았다. 이 대표변호사는 "자문 분야든 인수합병(M&A)분야든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를 영입해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법률시장 개방을 맞아 우리 로펌이 갖춰야 할 자세도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로펌도 전문성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뛰어드는 '아웃바운드'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노력한다면 자문ㆍM&Aㆍ기업실사 등 분야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변호사는 김앤장의 역량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변호사는 "세계 메이저 로펌과 견줘 김앤장이 특정 세부적인 전문성이나 인원, 경험 면에서만 본다면 어쩌면 뒤쳐질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떤 국제적 법률자문을 맡아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수준에 와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법률시장 개방을 맞아 국내 중소 로펌들이 자기들끼리, 혹은 외국 로펌과 연대 혹은 제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질문에 "(김앤장의 위치를 생각하면) 우리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잘라 답했다.

전문화와 이를 위한 차별화는 김앤장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김앤장의 창립자 격인 김영무(70ㆍ사법고시 2회) 대표변호사는 소송 중심이던 당시 변호사들과 달리 앞으로는 자문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차별화는 조직 자체의 구조에도 드러난다. 이 대표변호사는 "김앤장은 사무소 설립 초기부터 조합형태의 로펌이 의사를 결정할 때 유연하고, 대형화에도 가장 적합하다고 믿고 조합형 로펌 형태를 취해왔다"며 "최근 국내에 진출한 영미계 로펌들의 형태도 조합형에 가깝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영미계 1위 로펌인 베이커앤매킨지(Baker&Mckenzie)와 디엘에이파이퍼(DLA Piper)를 포함한 대부분의 로펌은 김앤장과 마찬가지로 조합형이다. 일본의 대형 로펌 역시 다수가 변호사 법인이 아닌 조합형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 대표변호사는 "김앤장은 로펌의 글로벌 스탠다드 형태"라면서 "본격적인 시장개방 시대에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전문화ㆍ차별화는 결국 인재의 문제라는 것이 이 대표변호사의 마지막 말이었다. 김앤장은 변호사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기관 출신의 인사를 영입하는 데도 공을 쏟고 있다. 이 대표변호사는 "변호사들은 법은 잘 알지만 실무와 관련된 부분은 약하다"며 "정부 기관에서 행정과 관련된 일을 영입하는 것은 한마디로 그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기 위해서, 따라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 같은 인재 영입이 사건 수임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는 질문에 "가장 큰 영입 이유는 전문화지만, 영입한 인사들이 일을 잘 해주니까 사건이 (김앤장으로) 오는 것 아니겠냐"면서 "사건을 주는 사람들을 잘 설득하는 것은 변호사의 정당한 업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