盧대통령 '日, 대북 제재 결정 신중해야'

일본을 실무방문중인 노무현(盧武鉉)대통령은 17일 오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일간, 한.미.일간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규슈(九州) 가고시마(鹿兒島)현 이부스키(指宿)시 하쿠스이칸(白水館) 호텔에서 가진 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북한의 조속한 6자회담 참가와 핵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촉구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납치 일본인 유골의 가짜판명 논란과 관련, "일본이 경제제재를 할 수도 있다고 보며, 우리가 절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아주 냉정하고 신중하게 이뤄져 북일수교와 북핵 6자회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일본이 받은 충격이 클 것으로 이해하지만 북한이 고의로 일본을 모욕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착오나 실수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이번 일로 이득을 볼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의 의도가 짐작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일본이 제재를 한다해도 실수에 의한 것일 경우, 고의적으로모욕을 줄 의도일 경우는 대처를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성급하게 경제제재로 갈게 아니라 북한의 성의있는 해명도 듣는 등 시간을 두고 확인해보는게 필요하다. 성급한 판단은 일본 국익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대응에 대해 많은 일본 국민이 강한 분노심을 갖고 있다"면서 "그간 대화와 압력이라는 방침에 의거, 지금까지 대북 협상을 추진해 왔으며 앞으로도 북한의 태도를 지켜본뒤 대북 압력이나 제재 문제를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과거사 문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과거사 문제를흔쾌히 해결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한국이 자꾸 일본에게 감성적인 역사문제를 끄집어내 사과를 요구했을때 과연 한일간 우호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선 부정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감정적 차원에서 일본이 역사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할게 아니라 일본내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한국이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며 이어 노 대통령은 "일본은 동북아에서 새 질서를 만들어가는 지도적 강대국으로서 겸손한 자세로 관용과 양보를 보이는 것이 동북아의 질서를 위해 좋다고 생각한다"며 "동북아 새 질서에 역행하는 발언을 하신 분들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제 일본 국민들이 결단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지도자급 인사의 잇단 `망언'에 대해 "과거 역사문제에 대해 여러 정치인이 여러 의견을 밝힐 때가 있으며 그 중엔 한국분들의 마음을불쾌하게 하는 발언도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며 "객관적으로 양국의 과거역사가 어땠는지 공동 연구가 진행중이나 장래 우호관계를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특히 "(제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두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하고 있다"며 "과거 고난의 길을 걸었고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었던데 대한 경의와 감사의 뜻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있는 것이지 결코 군국주의가 되자 그 전쟁이 좋았다는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 이와함께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제와 관련, 양국은 빠른 시일내 협상을 시작하고 내년중에는 타결을 지향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또 양국간 현안인 김포-하네다 항공노선 증편 문제와 관련, 현재 하루 4편에서 모두 8편으로 증편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항구적인 비자면제를 적극 추진키로 했다. (가고시마=연합뉴스) 조복래 김범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