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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희상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장·운산그룹 회장

"정책 사각지대 놓인 중견기업 지원 절실"<br>중소기업에서 졸업하자마자 지원은 끊기고 규제는 늘어<br>대기업 위주 성장 한계 불구… 중견기업 존재감 아직 부족…<br>조세제도 개선에 사활 걸 것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많은 기업들이 지원은 끊기고 규제는 늘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 세제지원을 포함해 중견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이희상(67ㆍ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3월 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중견기업 개념이 법체계로 처음 들어왔지만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며 "올해를 국내 산업계에서 중견기업이 확실히 자리를 잡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동아원과 한국제분을 계열사로 둔 운산그룹 오너다. 그는 지난 2009년 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한상의가 중견기업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의 요청으로 위원회의 수장을 맡게 됐다. 현재 중견위에는 이 위원장을 필두로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등 부위원장단 5명을 포함, 총 80명의 중견기업 경영자들이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대정부 정책 건의 등을 포함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년간 위원회를 이끄는 과정에서 이 위원장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국내 경제에서 중견기업의 존재감이 희미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정부가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지원책을 논의할 때 중견기업의 존재를 생각해줘야 하는데 잊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가장 크고 국가 차원에서 신성장 산업을 가장 역동적으로 창출해낼 가능성이 높은 중견기업의 의의를 생각하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고 이 위원장은 덧붙였다. 중견위가 격월로 진행하는 정기 위원모임에서 중견기업의 애로사항을 외부에 알리는 것뿐 아니라 중견기업의 중요성과 존재를 각인시킬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견기업이 왜 중요하냐'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무역 규모 2조달러 시대를 여는 열쇠가 바로 중견기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달러 수준으로 올라서는 과정은 대기업이 주도했지만 세계 각국의 강소기업이 격돌하는 지금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발전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빠른 경제발전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내 경제는 투자부진과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등의 고질병을 안게 됐다"며 "현재 1,300여개로 전체기업의 0.04%에 그치는 중견기업 비중을 1%로 늘린다면 이들 기업이 문제 해결의 주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선 최근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는 데 중견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이 위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국내 중견기업은 그간 약 80만2,000명의 고용을 창출해 전체 일자리의 8%를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 못지 않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청년층에게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위원장은 국내 산업계가 질적인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도 중견기업의 노력이 절대적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많이 나온다면 고부가가치의 부품과 소재 공급이 가능해진다"며 "이를 통해 중견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을 포함한 우리 기업군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중견기업의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 아직까지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낀 채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소기업에서 졸업하자마자 그동안 뒤를 든든히 받쳐줬던 제도적인 지원책이 사라지고 거의 대기업 수준의 규제에 짓눌리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졸업을 앞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으로 입성할 때 가장 큰 부담으로 조세혜택의 축소를 꼽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실제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달 '중견기업 성장저해 조세제도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 졸업 시 총 32건의 세제가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결국 고도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중견기업에 있어서 성장동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 위원장은 우려했다. 그는 "정부지원 축소 영향으로 중견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오히려 중소기업보다 떨어진다"며 "여기에 대기업으로의 연구인력 유출이 이어지며 중견기업의 체력은 더욱 약화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중견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들에 대한 R&D 세제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기업활동과 관련한 많은 법령에 중견기업 개념이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현재 대·중소상생협력법과 뿌리산업진흥법,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 기업 활동과 관련한 대다수의 법령에서 중견기업의 존재는 없다"고 꼬집었다. 많은 중견기업들이 단지 중소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기업으로 취급되면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기보다 언제까지나 중소기업으로만 남아 있으려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주관부서인 지식경제부가 올해 업무보고에서 산업발전법 상의 중견기업에 대한 정의와 지원근거, 조세감면 혜택 등을 다른 법과 제도에 적용하는 개선책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했다는 의미죠."

올해 중견위의 중점 과제로 이 위원장은 중견기업의 법적 위상을 공고히 하는 것을 꼽았다. 아직 산적한 문제들이 많지만 그간 중견기업 현안에 대해 올곧은 목소리를 내왔던 이 위원장과 중견위의 노력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2년간의 중견위 활동에 대해 이 위원장은 "산업발전법 개정과 월드클래스300, 가업상속공제 등 중견기업을 위한 많은 정책이 나오는데 작게나마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돌아봤다.

특히 최근 중견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중견기업인 초청 간담회가 열렸던 것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81명의 중견기업 대표들이 모였던 당시 자리에서 중견위에서는 이 위원장을 포함해 12명의 중견위 위원진이 초청됐다.

"대통령께서도 무역 2조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 우리 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중견기업 전담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검토를 지시했죠."

지경부가 최근 업계와 민간 전문가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중견기업 육성지원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5월 중견기업 '국(局)' 신설을 포함한 종합 육성 전략을 내놓기로 한 것도 그동안 위원회가 쏟은 노력의 결실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말이다. 중견기업계에 불어온 오랜만의 훈풍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 위원장은 올해 조세제도 개선을 포함한 정부의 중견기업 지원 확대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사회 전반에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노력에 주력한다는 목표다. 이 위원장은 "4~5년 전에도 중견기업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됐지만 정치권의 부침 속에서 결국 흐지부지됐다"며 "중견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계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제분·사료사업 등 소비재 분야 강점… 해외곡물 개발도 적극

■ 운산그룹은



운산그룹은 모기업 한국제분과 제분ㆍ사료전문업체 동아원을 중심으로 성장한 국내 대표 중견기업이다. 소비재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이 회사는 ▦유기농·친환경 식품사업기업인 해가온 ▦쌀 가공업체 한국산업 ▦육류 유통기업인 동아푸드 ▦와인 수입과 유통전문업체인 나라식품과 포도플라자 등 식품 관련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명차인 페라리와 마세라티 등을 수입 판매하는 FMK와 반려동물용 수입사료 유통업체인 대산물산까지 그룹 내 계열사는 국내외 총 23곳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그룹 전체에서 8,04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창업자인 고(故) 이용구 선대회장이 지난 1930년 세운 포목점 제일상점을 기반으로 태동한 운산그룹은 이후 양곡사업ㆍ무역업ㆍ제분업 등으로 사업을 넓히며 성장했다. 현재 그룹 대표인 이희상 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차남으로 1987년 한국제분 사장에 취임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섰다.

그간 제분과 사료사업을 주축으로 발돋움한 운산그룹은 이제 세계를 겨냥한 신성장동력 찾기에 열심이다. 그 첫째는 와인산업. 이 회장은 "미국 나파밸리 소재 계열사인 다나에스테이트가 만든 고품질 와인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나에스테이트의 2007년산 빈티지 와인인 '다나에스테이트 로터스 빈야드'는 세계 최고의 와인 평론가로 인정받는 로버트 파커로부터 평점 100점을 받으며 뛰어난 양조 기술을 인정받았다. 운산그룹의 또 다른 와인인 '온다도로'와 '바소'는 각각 2010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재무장관 회담의 만찬주로 사용되며 그 명성을 높였다.

여기에 와인 품질 유지에 필수적인 포도재배와 관리 과정을 IT기술로 제어할 수 있는 솔루션(가칭 다나시스템)을 상용화해 오는 2015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핵심 아이템으로 육성한다는 게 운산그룹의 목표다. 이 회장은"내년 25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전세계 와인시장은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 와인 글로벌 그룹이라고 불리는 8개 국가들이 76%를 점유하고 있는데 정작 주목할 만한 국내 와인은 단 하나도 없다"며 "다나 브랜드의 글로벌화로 한국 와인의 존재감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운산그룹은 해외곡물자원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에 곡물자원개발 기지를 구축한 운산그룹은 향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방침이다. 이 회장은 "자원 자립도가 매우 낮은 우리나라 특성상 곡물자원 개발은 그룹 차원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성기자





포도밭 관리부터 숙성까지 일일이 챙겨
와인 대중화 선도 공로 佛서 기사작위 받기도

■ 李회장의 '와인 사랑'

이희상 회장의 와인사랑은 업계에서 유명하다. 현재 이 회장은 그룹 자회사인 나라셀라를 통해 와인 수입과 유통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나라셀라는 판매 1위를 자랑하는 몬테스 알파를 포함해 미국 베린저, 죠셉 펠프스 등 세계 유명 브랜드 와인 600여종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와인 수입뿐 아니라 좋은 와인 발굴에도 주력하고 와인복합 문화공간인 포도플라자 등 와인사업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갖춘 것도 주목된다.

나라셀라가 국내 대표 와인업체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었던 데는 이 회장의 각별한 노력이 숨어 있다. 아직 국내에서 와인 문화가 생소했던 지난 1997년 이 회장은 '값싸고 좋은 와인을 선보이겠다'는 사명감으로 칠레 등 유명 와인생산지의 와이너리를 직접 찾아가는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았다. "단순한 와인 유통이 아닌 와인문화 선도를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주위에서 '와인전도사'라고 부르더라"는 게 이 회장의 말이다.

덕분에 그는 와인 대중화를 선도했다는 공로로 프랑스 유명 와인 생산지가 수여하는 와인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와인을 향해 쏟아온 이 회장의 사랑이 사업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최고의 영예까지 안겨준 셈이다.

"포도밭 관리부터 와인의 숙성까지 어느 하나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이 회장의 말처럼 실제로 그는 현지 와이너리를 방문할 때마다 인부들과 함께 직접 포도 수확에 나선다. "바쁘게 손을 놀리다 보면 와인에 대한 애정이 저절로 생긴다"는 그의 말에서 '소문난 와인 애호가'로서의 열정이 느껴졌다. /김태성기자

◇약력

▦1945년 충남 논산 ▦1963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0년 원미섬유 뉴욕지사장 ▦1987~1998년 한국제분 사장 ▦1993년~ 운산학원 이사장 ▦1997년 나라식품 설립 ▦1999년~ 한국제분 회장 ▦2000년~ 동아제분(현 동아원) 회장 ▦2001년 서울대학교 기성회 회장 ▦2002년~ 한국제분공업협회 회장 ▦2001~2005년 프랑스 주요 와인명예기사당(작위) 4개 수여 ▦2007년 FMK 설립 ▦2008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 중견기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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