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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월 18일] '국회 폭력' 막으려면

이종수(한성대 교수·행정학)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가 2월 임시국회를 맞아 불안한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당대표연설 등을 통해 일상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을 뿐 폭력의 빌미가 됐던 방송법, 사이버 모욕죄 등과 관련된 쟁점법안의 처리는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용산 참사’로 일시적으로 잠복해 있는 쟁점 법안의 처리 문제는 여야가 기본방침을 변경하지 않는 한 언젠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소수의견 존중·갈등 조정해야
그러나 전기톱과 해머, 그리고 소화기 등이 동원된 무법상태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또다시 재연돼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다. 국회 폭력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논거에서 일부 언론은 합법적 의사진행을 가로막는 폭력 의원들에게는 일반형사범보다 엄한 가중처벌과 함께 의원직을 영구제명까지 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고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회 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또한 의원에 대한 제명ㆍ정직ㆍ감봉 등의 처벌을 실질화하도록 권고한 보고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식자층은 나아가 폭력 의원에 대해 주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대화와 타협의 성숙된 정치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회폭력방지특별법’의 제정과 같은 강력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와 관행이 육화되지 않은 풍토에서 과격한 법률적 통제는 오히려 극한적 대결 정치를 초래하고 장외 투쟁과 같은 거리정치를 일상화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파행적 국회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후적ㆍ대증적조치보다는 오히려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병인요법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국회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병인요법 가운데 하나로는 국회폭력방지법과 같이 정파적 성격이 강한 법안은 당해 국회에서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부칙 규정을 통해 그 시행시기를 3-4년 뒤의 차기 정권으로 미루는 방안을 들 수 있다. 눈앞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치적 게임의 룰을 바꾸게 된다면 소수파의 사생결단식 극한투쟁이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선진적 정치질서의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야의 입장이 서로 바뀔 수 있다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보다 ‘공정한’ 정치 게임의 룰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집권여당 주도권 인정도 필요
그리고 소수파의 ‘말길’을 열어주는 것도 파행적 행태 개선의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민주사회의 궁극적 의사결정 방식인 다수결 원리는 소수파의견 존중의 전제 위에서 그 정당성이 확보된다. 최근 일부 여권 인사가 제안한 의사진행방해(filibustering)제도는 소수파에 충분한 의사개진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 가운데 하나다. 긴 연설을 할 수 있도록 소수파에 ‘말길’을 충분히 열어줄 경우 “법안 심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소수파의 난투극 명분은 애초에 성립될 수가 없다. 의회는 능률성보다는 타협과 대화를 통한 갈등조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정치 조직이다. 민주주의란 원래 의사결정비용(decision cost)이 많이 드는 제도가 아닌가. 또한 국방ㆍ안보 관련 정책과 긴급을 요하는 경제회생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집권 여당의 주도권을 광범하게 인정하는 정치적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도 국회의 잦은 충돌을 완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폭력 국회를 고품격 토론의 장으로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일탈행위 처벌을 위한 강력한 법제도 못지않게 파행의 원인 제거를 위한 근본적 제도개선이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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