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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관련 연구자들이 연구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내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분석 처리하는 기술이 없다면 데이터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지게 될 겁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유전체연구센터 허철구(47) 박사는 IT 관련 분야인 전산학과 생물정보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바이오 관련 연구기관에서 전산학 전공자가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그는 바이오 연구의 기초를 다지는 '빠져서는 안 될' 핵심 연구자다. 예컨대 미생물을 비롯 동식물의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분석하는 도구를 마련,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새로운 식물 육종 연구의 기초가 되는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허 박사는 "실험용 마우스는 대부분 미국ㆍ일본 등 으로부터 수입되고 있으며, 마리 당 15만~40만원 수준"이라며 "하나의 연구 프로젝트에 1~2마리의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마리까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고 입을 열었다.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실험용 마우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험용 쥐의 유전자 정보가 있어야 하고, 특정 질병에 특화된 유전자 정보도 필요하다. 허 박사가 주된 연구 영역인 생물정보학은 이처럼 연구자들이 쏟아내는 연구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해 연구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다. 그는 "IT 전문가들에게 있어서 바이오 연구자들이 찾아낸 유전자 정보는 단순한 데이터 일 뿐이고, 바이오 연구자들은 자신 또는 다른 연구자들의 데이터로부터 필요로 하는 정보를 분석 추출 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양측이 공유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적다"고 지적한다. 즉 바이오 연구자들이 찾아낸 각종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는 IT전문가가 필요한 셈이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인력이 바로 허 박사 연구팀이다. 허 박사팀의 '동ㆍ식물 조직특이성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기술'은 지난해 IT업체 2개사에 총 5억원의 선급기술료와 매출액의 20%를 로얄티로 받는 기술이전이 이뤄졌다. 생명연의 단일 기술이전 금액으로는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 데이터베이스와 분석기술을 이용하면, 신약후보물질이 인간이나 실험용 마우스의 각 조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실 차원에서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며, 그만큼 손쉬운 연구가 가능하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IT분야에서 벗어나 IT 기업에게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바이오 IT'의 사업영역 개척을 가능하게 했다는 의미도 크다. "초기에는 BTㆍIT 융합이 단순히 생물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이들 정보를 어떻게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것인지를 연구해야 하는 단계"라고 허 박사는 말한다. 이와 함께 허 박사는 수년 전부터 '유전자 동의보감'사업을 제안했으며, 우리가 가진 한약 등의 천연물질 연구와 바이오 분야를 결합해 17세기 동의보감이 당대 한의학을 집대성했듯 유전자 정보를 구축한다면 국내 바이오 산업 발전의 비약적인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바이오 연구자를 전투병에 비유한다면, 생물정보학은 일종의 군수지원조직 입니다. 전투병 없이 전쟁을 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지원조직이 없다면 승리를 기대할 수 없는 셈입니다." 허 박사는 이처럼 명쾌한 비유로 생물정보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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