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생산기업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석유공사도 대형화하고 해외자원도 확보하려는 정부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2월 콜롬비아 기업과 함께 페루의 페트로테크에 대한 M&A를 성사시키더니 이번에는 단독으로 캐나다의 하베스트에너지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보다 더 큰 기업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광구는 물론 오일샌드와 정제공장까지 보유하고 있다. 하베스트의 인수 성공으로 석유공사는 올해 그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지난해 말 석유공사가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석유ㆍ가스는 5만배럴. 그러던 것이 2월 페트로테크 인수 등으로 하루 생산 석유ㆍ가스가 7만2,000배럴(2ㆍ4분기 기준)로 늘었고 하베스트 인수 뒤에는 생산능력이 12만5,000배럴에 달한다. 두 배 이상 덩치가 커진 것이다. 국내 전체로 보면 하베스트의 인수는 자주개발률 상승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산하는 석유도 하루 18만8,000배럴에서 24만1,000배럴로 늘면서 자주개발률도 6.3%에서 8.1%로 상승했다. 정부가 당초 목표로 잡았던 7.4%를 뛰어넘는 수치다. 하베스트가 확보한 확인매장량이 2억1,990만배럴임을 감안할 때 해외 석유개발 실적이 떨어지는 우리나라로서는 이것만으로도 종전 28억배럴에서 30억2,000만배럴로 물량이 늘어난다. 특히 매장량이 10억배럴로 추정되는 오일샌드와 약 2조∼3조입방피트 규모의 CBM(석탄층에 포함된 메탄가스)도 별도로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와 함께 석유개발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하베스트의 전체 인력 950여명 가운데 석유개발 인력이 380여명으로 석유공사의 석유개발인력에 맞먹는 전문가들을 확보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석유공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들을 활용해 해외자원개발에도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현재 캐나다 블랙골드 오일샌드 광구(매장량 2억3,000만배럴)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하베스트의 보유 광구와 인력을 활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추가적인 M&A는 현재진행형인데 하베스트의 성공으로 자신감은 커졌다. 석유공사는 6월 아닥스에 대한 M&A가 무산된 뒤 4~5개의 해외자원기업과 접촉해왔다. 하베스트도 그 중 하나였다. 지식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진행 중이기 때문에 연내 인수한다고 속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한편 40억7,000만달러의 인수대금 가운데 부채 인수분(22억달러)에 대해서는 보유자금(23억달러) 외에 해외차입 등을 통해 일시에 갚거나 채권단과 만기연장 협상을 벌여 상환기간을 조정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