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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떨이 날아간 은행 임단협

`넘버 3` 무대포 정신으로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삼류인생을 그린 영화로 지난 97년 개봉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재떨이`를 생생히 기억한다. 이 영화에서 박상면(재철 역)은 `넘버1`으로 등극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넘버3`로 나왔다. 재떨이는 박상면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이자 상징이다. 이 영화에서 재떨이는 조직내의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그려졌다. 지난 30일 은행연합회관에서는 `넘버 3`후속편을 촬영하는 듯한 장면이 벌어졌다.재떨이가 조직폭력배간의 싸움이 아니라 은행 공동임단협 협상장소에서 무기로 등장했다. 31개 금융기관의 은행장과 금융산업노조 및 산하은행 노조위원장들이 모두 참석한 협상장소에서 은행장들을 향해 `재떨이`를 던지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주인공은 바로 이용득 금융노조 위원장이다. 이용득 위원장은 이날 “사측이 협상에 너무 무성의하다”며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은행장들에게 재떨이를 던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칼라의 대명사인 은행 임직원들의 협상무대에서 `넘버 3`에서나 봄 직한 활극이 펼쳐질 번 했다. 결국 이날 협상은 은행장들의 불성실한 협상태도와 여기에 불만을 품은 노조지부장들의 삿대질과 고성이 이어지면서 난장판으로 전락했다. 무려 17시간이나 계속된 협상은 결국 결론을 맺지 못한 채 끝나고 말았다. 은행의 한 임원은 “아무리 협상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어떻게 `재떨이를 던지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느냐”며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은행장이나 노조위원장이 이날 협상에서 보여준 태도는 그야말로 `3류(넘버 3)`수준이었다. 일부 은행장들은 협상을 외면한 채 아예 일찌감치 자리를 떠 노조측을 더욱 자극했다.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와 김승유 하나은행장이 이날 오후 9시께 협상장소를 떠났다. 아직도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선진국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은행은 경쟁력뿐 아니라 노사관계에서도 `넘버 3`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임단협을 지켜보면서 가슴에 쌓인 재를 `재떨이`이 떨어버리고 싶다. <조의준기자(경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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