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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월 3일] 주민참여로 시작하는 도시개발
입력2010-02-02 18:19:31
수정
2010.02.02 18:19:31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강추위와 폭설로 지하철ㆍ버스 등 대중교통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은 73년 만의 폭설이라고는 하지만 반나절 만에 도심이 마비됐다. 계속되는 영하 속에서 이상기후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 지방자치단체 등에 시민들의 비판적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지자체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기 집 앞의 눈은 시민 각자가 치우도록 하고 있다.
사람들이 도시에 바라는 바는 사회ㆍ경제ㆍ문화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그 좋은 서비스는 도시의 물리적 시설과 환경이 얼마나 잘 준비돼 있느냐에 달렸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제안하고, 유비쿼터스 도시를 구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꼭 필요한 것이 시민의 이해와 참여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나 개발이라도 시민의 이해와 참여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시민 이해 없이는 성공 못해
도시계획은 매우 일반적(general)이면서도 특수한(specific) 분야다. 왜냐하면 많은 부문을 포괄하면서도 각 분야 전문가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크게 나눠본다면 도시계획가ㆍ정치가ㆍ경제전문가로 나눠볼 수 있다. 도시계획가가 명확한 정책목표로 사회 전반의 계층 고려와 함께 문제를 분석하고자 한다면, 경제전문가들은 도시의 경제적 효율성을 강조할 것이고, 정치가는 이해집단의 역할관계에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이 빠졌다. 바로 그 곳에 사는 주민참여다.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주민참여도가 매우 떨어진다.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참여란 반상회와 공청회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외국의 경우 신도시 하나를 만드는 데 20년을 넘기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장기개발 단계에서 지역 주민과 해마다 개발 과정을 함께하며 의견을 수렴해 하나의 도시를 만들어간다. 따라서 함께 지역을 만들어간 주민들은 자연스레 자기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높아지고 강요나 규율 없이도 지역을 가꾸며 살아갈 수 있다.
미국 주거단지의 사거리에서는 빨간색 일시정지표시(STOP SIGN)를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사거리뿐만 아니라 통행이 잦지 않은 거리 등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표시로 신호등을 대신한다. 신호등이 통행의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아도, 차들은 길 옆에 고정돼 있는 이 표지판 하나의 지시대로 무조건 멈춰 서서 먼저 온 순서대로 차례차례 움직인다. 이 표시 뒤에 경찰이 서 있는 것도 아니고 CCTV가 몰래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니다. 주민 스스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보는 눈이 없어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의식에서 나오는 모습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많은 도시계획이나 국토계획 사업을 지나치게 정치가들이, 정치논리로 풀어나가려 한다. 모든 계획의 논리가 정파적 이해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정답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모두가 국가의 미래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정파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짜맞추고 있는 현실은 불행한 일이다.
정치가들 좌지우지 이제그만
도시계획이나 국토계획에 무한불변의 정답은 없다. 사람들의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적 요구, 그리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이미 정해진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의 변경이 일정기간마다 재검토되고 필요하면 수정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현재 이슈화되는 세종시 계획을 통해 도시개발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계획이 만들어지는 여러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훌륭한 도시에 대한 각종 계획안(計劃案)을 도시계획가ㆍ경제전문가 그리고 정치가들이 함께 만든다고 한들, 실제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지금의 혹한(酷寒)과 같다면 계획안(計劃案)은 그저 계획안(計劃案)일 뿐이다.
자기 지역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면 우리도 쉽게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정파적 논리보다는 내 집앞 눈 치우기와 같은 주민참여를 통해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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