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유화업체들이 유화경기 위축에 대비해 고부가가치 제품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석유화학, 금호피앤비화학, SK케미칼, KCC 등 중견유화업체들은 최근 수익기반 확보를 위해 앞다퉈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으며 신규사업 진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경쟁력을 갖춘 사업의 경우 덩치를 키워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다지는 한편 중점사업을 단계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LG석유화학과 금호피앤비화학은 가전ㆍ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수요가 늘고 있는 BPA(비스페놀-A)의 증설 및 신규공장 설립으로 유화경기 하락국면에 대비하고 있다. 금호피앤비화학은 지난달 9일 1,000억원을 투자, 연간 17만톤과 33만톤 규모의 페놀과 중간재 큐멘 생산설비 증설을 완료했다. 이번 증설을 계기로 금호피앤비화학은 2010년까지 BPA 세계 5위의 업체로 도약할 계획이다. LG석유화학은 특히 금호피앤비화학의 BPA 독점구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모두 2,100억원이 투자된 LG석유화학의 신규 공장은 연간 12만톤의 BPA와 18만톤의 페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유화업체들이 BPA와 페놀 생산에 뛰어드는 것은 이들 제품이 해마다 두자릿수를 웃도는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는 등 경기 변화를 좀처럼 타지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BPA는 휴대폰과 자동차 헤드램프,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에 사용되는 고급 플라스틱의 핵심원료이며 페놀도 BPA 양산에 필수적인 제품이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SK케미칼은 기존 석유화학분야의 사업 확장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 새로운 기업성장 동력으로 생명과학, 정밀화학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SK제약을 합병한데 이어 고기증성 수지, 흡열단열재, 고순도솔벤트 등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제품의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해 2%에 그쳤던 생명과학부문의 매출 비중이 올해 10%대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KCC는 신규 사업인 실리콘모노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등으로 지난해 740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내년부터 안정된 생산수율에 힘입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첨단산업에 쓰이는 실리콘의 원료인 실리콘모노모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면서 “자체기술까지 갖춰 일관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고부가가치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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