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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출판계는] 올레 걸으며 문학 사랑 한모금

제1회 제주올레 녹색문학투어 열려


"뼛속까지 파고들어 육신을 뒤흔들어대는 배고픔과 추위, 그런 와중에도 끊임없이 얼굴을 할퀴는 칼바람과 갈개치는 눈보라, 퉁퉁 붓고 터진 입술과 살갗, (중략)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이 두 사람을 껴안고 놓아주지를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난을 이겨낸 다음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씩씩한 목소리가 제주도 올레에 울려 퍼진다. 엄 대장이 등산하듯 낭독한 글은 김주영 작가의 우화집 '달나라 도둑'(김영사刊) 중 '히말라야와 사과나무'의 한 부분. 이야기는 엄 대장의 경험담과 함께 어우러져 듣던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녹아 들었다. 엄 대장은 "실제로 등반할 때의 심정이 잘 표현됐어요"라며 "저도 동상에 걸려 오른쪽 엄지 발가락과 검지 발가락을 잘라내기도 했죠"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엄 대장의 낭독에 감흥을 얻은 한 참가자가 자신이 맘에 들었던 작품의 한 소절을 낭랑한 목소리로 낭독한다. 이어 뒤 늦게 등장한 제주도 출신 연기자 고두심씨가 맛깔스런 제주도 사투리 시를 구사하며 제주 시를 읊어준다. 9월 10일 여름보다 해사한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제주의 속살' 올레에는 문학적 감성이 흘러 넘쳤다. 올레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엄홍길 대장과 김주영 작가, 연기자 고두심씨와 독자 80여명이 (사)문학과문화를사랑하는모임(이사장 김주영)이 주관한 제1회 '제주올레 녹색문학투어' 행사를 통해 문학과 함께 하는 올레 투어에 나선 것. 이들은 이날부터 12일까지 2박 3일 동안 올레를 걸으며 문학 작품을 읽고, 강연을 듣는다. '올레'는 '거리에서 대문까지 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이라는 제주도 사투리. 좁은 길을 이어 만든 15개 코스를 한 해 10만 여명이 찾고 있다. 이 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도 대부분 올레를 걷기 위해 행사에 신청했다. 참가자들의 목적은 여행이었지만 문학을 읽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날 참여한 김주영 작가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 보면 생각나는 게 있다"며 "그게 진정한 내 모습이다"라며 걷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 인생은 과대 포장돼 있으니 길을 걸으며 그 포장을 벗겨보자"고 덧붙였다. (사)문학과문화를사랑하는모임은 10월 15∼17일에 시인 정호승씨를, 11월 12∼14일에는 소설가 박범신씨와 연기자 최불암씨를, 12월 10∼12일에는 다시 엄홍길 대장을 초청해 문학과 함께 걷는 문학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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