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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금에 치이고… 이자에 짓눌리고… 경매 나온 수입차 역대최고

소득 없어도 무분별 판매

3년 새 무려 5배나 폭증

무차별 할부 권하는 수입차… 젊은층 '과시 욕망'도 한몫



# 연봉 4,000만원대의 대기업 직장인 김모(32)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차 'A180 CDI'를 60개월 할부로 구매했다. 차 가격의 10%인 379만원만 내면 되고 매달 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70만원 정도라 큰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차가 생기자 자동차보험료, 유류비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지출이 늘어 할부금을 연체하게 됐고 이달은 원룸 월세 50만원도 내기 힘들다. 김씨는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압류가 들어와 차가 경매로 넘어간다고 해 돈을 빌리고 있다"며 "이 정도로 부담이 커질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할부금을 갚지 못해 법원 경매로 나온 수입차 대수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차 브랜드가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제대로 된 신용평가 없이 무분별하게 할부로 차량 판매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전세나 월세를 살더라도 차는 수입차를 타겠다는 심리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로 꼽힌다. 비싼 수입차를 타보고 싶은 심리가 개인의 신용도까지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 급증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모습이다.

30일 경매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1·4분기 법원 경매로 나온 수입차는 320대로 1년 전(224대)보다 42.8% 급증했다. 지난 2012년 1·4분기(60대)에 비하면 3년 사이 5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달 경매로 나온 수입차는 총 95건으로 지난해보다 37.6% 늘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대부분 제2금융권 자동차 캐피털 업체들이 할부금과 이자를 제때 받지 못해 경매로 넘긴 물건들"이라며 "수입차 판매량이 늘고 시장이 커지면서 경매에 부쳐지는 차 대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19만6,359대로 1년 전보다 25.5% 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할부로 차량을 판매한 뒤 고객이 할부금과 이자를 2개월(2회) 이상 연체할 경우 충분한 고지를 하며 이후 계약을 해지하고 추심에 들어간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신용정보사를 통해 차량을 압류하고 민사소송을 진행하거나 법원 경매로 차를 넘겨 대출금을 돌려받는다. 한 수입차 파이낸스 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경매로 넘기는 것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일정 소득 없어도 가능해요" 할부 구매 권하는 수입차들="제가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인데 차량을 할부로 구매할 수 있을까요?" "고객님, 3개월 정도 통장내역 통해서 소득이 있는 것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수입차 전시장에 할부로 차량 구매가 가능한지 조회해봤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도 특정기간에 소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구매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자체심사 시스템이 있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했다. 신용카드 연체나 대출이자 연체 기록이 두 차례 이상 반복되지 않는다면 대부분 문제없이 차를 살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할부 구매를 권유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 아우디의 중형 세단 A6를 구입한 A씨는 "전액을 카드 일시불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1,000만원이라도 할부로 사면 가격을 8%가량 할인해준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일부 금액은 할부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할부를 권유하는 것은 자사 파이낸셜 업체의 매출을 늘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수입차 전시장 관계자는 "자사 금융사를 통해 차를 사면 10% 정도 할인이 가능하다"며 "할인된 금액을 돌려주는 게 아니라 금융사 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할인한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고금리로 차량 할부 판매를 하는 점도 차량 경매가 급증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1.75%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수입차 업체들이 운영하는 파이낸셜 업체들의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이날 국내 시장 점유율 상위 5개 브랜드(BMW·아우디·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포드·도요타)의 주요 전시장에 문의해보니 중형 세단을 선수율 10%, 잔금 60개월 할부 조건으로 구매할 경우 할부금리는 대부분 7~9% 수준이었다. 할부기간을 줄이면 금리는 더 높아진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최근 5년간 할부금리를 내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가 3월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 전 차종의 할부금리를 1%포인트가량 인하한 적은 있다.

수입차 브랜드의 금융계열사 실적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지난해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2.6%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315억원,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는 1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경매로 나온 수입차, 인기도 높아=법원 경매로 나온 수입차는 인기도 높다. 시중에 판매되는 중고차보다 차를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이달 14일 부산지방법원 경매 11계에 나온 2013년식 'BMW X1 xdrive 18d' 경매에는 총 34명이 몰려 감정가 3,300만원의 97% 수준인 3,200만원에 매각됐다. 중고차 사이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보다 190만원가량 낮다. 이달 1일 고양지방법원 경매 7계에 나온 2009년식 'BMW 528i'는 21명이 응찰해 감정가2,400만원의 72% 수준인 1,710만원에 낙찰됐다.

김종훈 자동차품질연합회 대표는 "경매로 나온 자동차의 경우 할부금이나 이자를 낼 수 없을 만큼 차주의 재무사정이 나빠진 경우가 많아 소모품 교환 등 차량 품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며 "자동차 전문가와 동행해 입찰 전 꼼꼼하게 차량 상태를 확인한 뒤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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