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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하우스푸어 대책과 공적자금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후보마다 신선한 정책과 대선 공약을 선보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먼저 논의가 시작된 현안 중 하나가 하우스푸어 대책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주택에 관한 얘기로 출발하고 있는 것. 이번에는 종전과 달리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화에 대한 논의보다는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시장불안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하우스푸어라 통칭하는 무리한 주택담보대출로 사정이 어려워진 가구들에 대한 대책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도덕적 해이·형평성 논란 잇따라

하우스푸어는 전체 가구의 10%인 150만 가구로 추정되는 만큼 어느 대선주자도 간과하기 어려운 숙제라 할 수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기준을 초과하는 대출이 올해 연말까지 60만 가구에 이르고 만기 도래하거나 거치기간이 종료되는 대출이 80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연말까지 10만 가구 이상이 대출금 일부 또는 전부 상환을 요구 받을 것으로 예상돼 지금 같은 거래실종 현상이 지속될 경우 가계파산이 확산될 우려가 있다.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새누리당은 매입후 임대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들이 보유지분의 일부를 공공기관에 매각하고 이 부분에 대해 월세를 지불함으로써 대출상환을 못해 발생하는 높은 연체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이 제도에 대한 구체적 실천방안이 발표되지 않아 실효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대규모 공적자금을 써가며 내 집을 갖고 있는 이들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 무주택자ㆍ신용대출 연체자 등과의 형평성 시비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제시한 데 대해 주택정책당국이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점을 볼 때 그리 쉬운 정책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가계부도 확산을 방지한 사례는 일찍이 미국의 대공황에서부터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시행됐다. 우리나라도 대상ㆍ규모는 다르지만 지난 2003년 카드사태 때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외환위기 때 경험한 바와 같이 충분한 준비와 조심스런 접근을 하는 경우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대책에 대한 논의를 더욱 진전시키려면 상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해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의 열띤 분위기와는 달리 금융감독당국은 아직까지 심드렁한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관련 데이터의 부재에 따른 것이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공적자금 투입까지 고려한 정책 논의는 시장참여자의 비관적 추측을 확산시켜 시장 침체를 필요 이상으로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상세 정보 공개, 고통분담 명확히

따라서 감독당국은 관련 정보를 신속히 공개, 하우스푸어 대책과 관련된 시황을 적절하게 진단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가 위기를 극복해왔던 것처럼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고통분담과 관련한 원칙을 명확히 하고 손실 최소화 방안을 도출해 적기에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또 한번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부동산시장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인 만큼 실효성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과 함께 비용효과적이고 장기적인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마련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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