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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개혁의 그늘


18대 국회에 이어서 19대 국회에서도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제도가 현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개혁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변화 속도는 지구촌에서도 가장 빠른 축에 속하지만 사법제도는 정의의 실현과 법적 안정성 추구를 제도의 이상으로 삼다 보니 개혁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17대 국회를 포함해 최근 10년간 우리 정치권이 이뤄낸 사법개혁 중 두드러진 것은 판사의 임용자격을 강화하는 법조 일원화, 사법시험의 단계적 폐지와 로스쿨 설치, 그리고 전관예우 방지제도 등을 꼽을 수 있다.

법조 일원화는 유럽식 법관임용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영미식 개혁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사법시험을 통과하고 연수원을 수료하면 바로 법관으로 임용했으나 일부의 경우 젊은 나이에 경험도 부족한 상태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튀는 판결을 해서 사법불신의 원인이 됐다. 그래서 국회는 법관이 되려면 최소한 10년의 법조경력이 필요하도록 입법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법원이 10년 경력자를 바로 법관으로 임용하기에는 인재 풀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간 경과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3년ㆍ5년ㆍ7년 이상 법조경력자를 임용하고 2022년부터 10년 경력자를 임용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2015년 2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44기 연수생은 단계적 임용의 맹점 때문에 경과규정 적용을 받지 못하고 꼬박 10년이 지나야 임용이 되는 불이익을 안게 됐다.

또 법원은 10년 이상 법조경력자들이 법관이 됐을 경우 과연 판결문을 제대로 쓸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연수원을 갓 수료한 젊은 법관들은 선배법관의 지도하에 판결문 작성법을 습득해가고 있지만 40대 중반에 처음으로 법관이 되는 경우 독자적으로 능숙한 판결문 작성이 어려워 재판연구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17대 국회 때 채택된 참여정부의 대표적 사법개혁안이었다. 일본에서 로스쿨이 실패로 끝났다는 등 수많은 논란 속에도 도입한 이유는 사법고시 제도가 대학교육을 왜곡해 고시낭인을 양산하고 고시 합격 하나에 너무 많은 특권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로스쿨은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학비 때문에 부유층만이 진학하는 통로가 됐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 지난해 검사로 임용된 로스쿨 1기 졸업생 42명 가운데 36명(86%)이 서울대ㆍ연대ㆍ고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당수 로스쿨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높이느라 정상적인 교육을 하는지 의문시 되고 있다. 로스쿨 때문에 계층과 학벌이 공고해지고 이른바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계층 간 수직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한편에서는 사법시험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모든 제도는 그 나름대로의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이며 특히 사법제도는 오랜 역사를 통해 그 사회의 문화와 관습이 배어 있다. 보다 나은 결과를 위해 변화와 개혁은 필요하지만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부작용을 살펴서 이를 최소화하는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사법개혁을 보면서 더욱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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