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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마리 앙투아네트

꿈많던 소녀가 '비운의 왕비'로<br>주연배우 카멜레온 연기 볼만


커스틴 던스트는 참 연기폭이 넓은 배우다. 최근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스파이더맨 3'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의 사랑을 받는 여인 메리제인을 연기한 그녀는 그외에도 '브링 잇 온'에서 대책 없이 명랑한 여자 아이부터 '크레이지 뷰티풀'의 반항녀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매력은 있지만 미인은 아니다'라는 일반의 평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다양한 영화에서 주역을 꿰 찰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연기 스펙트럼 때문일 것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여배우 커스틴 던스트의 매력을 극대화한 영화라 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기 비운의 왕비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철저하게 고증된 역사물이라기 보다는 인간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시대배경은 18세기. 프랑스와 동맹을 맺기 위해 14살의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 왕실로 시집을 온다. 어린 나이의 그녀에게 당시 최첨단 유행을 선도하고 있던 프랑스 왕실은 너무나 낯선 공간이다. 그녀를 오스트리아에서 온 '촌뜨기'로 취급하는 파리의 귀족들의 시선이 너무 따갑다. 게다가 너무나 어린 탓에 결혼생활에 관심 없이 겉돌기만 하는 남편 루이 16세(제이슨 슈왈츠먼)와 여자에 푹 빠져있는 시아버지 루이 15세의 존재도 그녀를 힘들게 한다. 처음에는 남편과 시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보고자 부단히 노력하던 그녀는 결국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순진하고 꿈 많은 소녀였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렇게 옷과 보석, 도박 등에 빠지면서 역사 속에 사치의 대명사로 각인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돼 간다. 철저하게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 이 영화는 갑작스럽게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중세 왕실 속 홀로 떨어진 사춘기 소녀의 성장영화에 가깝다. 그녀가 외로움 속에서 방황하고, 또 때로는 조금씩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모습이 영화의 주를 이루기 때문. 커스틴 던스트는 초반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에서 영화 후반 요부로 변해가는 모습을 카멜레온 같은 연기로 잘 커버했다. 영화의 감독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친 딸로 잘 알려진 소피아 코폴라. 작품성을 인정 받으며 큰 화제를 모은 전작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 이어 내 놓은 이 영화는 '소통불가 상황에 떨어진 한 인간의 방황'이라는 주제를 전작과 공유하면서도 훨씬 가볍고 즐거운 영화다. 중세라는 시대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강한 록 음악과 빠른 편집 등을 통해 그녀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영화를 흔한 중세 역사물이 아니라 독창성 넘치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로 재탄생 시켰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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