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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설 딛고 활기' 삼성정밀화학 가보니

"노사 마음 활짝 여니 실적도 턴어라운드 했죠"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 직원들이 생산설비 가동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업황 부진 속에서도 노사가 합심해 원가절감에 나서면서 올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삼성정밀화학

회사는 정보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조는 경영동반자 역할 '톡톡'

제품개발서 구조조정·사업재편까지

노조 자발적 협력으로 경쟁력 높여 업황 부진에도 수익 확대 '웃음꽃'

거대한 휴지 두루마리 모양의 펄프들이 서서히 풀려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분해한 펄프를 원료로 페인트나 화장품의 질감을 끈끈하게 만드는 증점제 '헤셀로스'를 만드는 공정이다. 연간 1만톤, 약 1,000억원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헤셀로스 공장에서 작업하는 인원은 불과 4명(1교대 기준)이다. 공장 전체를 십수 개의 컴퓨터 화면과 커다란 기판으로 한눈에 조정하는 컨트롤타워에서 만난 김종민 팀장은 "올 들어 공장가동률이 거의 100%에 달하고 있어 증설을 계획 중"이라며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면 전 세계 헤셀로스 시장 순위가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난 18일 방문한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은 최근 불거진 매각설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앞두고 활기가 돌았다. 전체 평균 가동률이 80%를 넘어선 가운데 영업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셀룰로스계 제품인 헤셀로스와 메셀로스 공장은 90% 이상의 가동률로 24시간 돌아가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2년간 글로벌 화학 업황 악화와 증설로 인한 비용부담 때문에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올 2·4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수익확대가 기대된다. '효자' 품목인 셀룰로스계 제품들을 중심으로 해외 주문량이 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삼성정밀화학이 올해 250억~2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전히 글로벌 업황은 부진한데도 삼성정밀화학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과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비용을 줄여 원가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구조조정과 증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대표 생산품목들의 시장 점유율이 한 단계씩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사 간 협력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대표적인 예가 2013년 말에 단행한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회사 설립 이후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하자 사측은 한계 사업과 유휴 자산 등을 정리하면서 전체 직원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200명에 대한 인력 감축의 필요성을 느꼈다. 관건은 삼성그룹의 계열사 중 유일하게 설립돼 있는 노조의 동의 여부였다. 사측은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솔직하게 노조의 양보를 구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같은 가격에 팔리지만 생산원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중국산 제품의 원가 구조를 제시하며 노조를 설득했다. 그러자 노조도 회사의 위기 상황을 공감하고 결국 60%가 넘는 동의율로 사측의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였다. 노조의 반발로 감원 등 인력 구조조정이 쉽지 않은 국내 제조업계에서 흔치 않은 사례다. 특히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같은 울산 지역의 조선업종 노조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 같은 노조의 협력은 취임 초기부터 노사 간 '창조적 파트너십' 을 추진한 성인희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노조 집행부의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성 사장은 2011년 취임 직후 제일 먼저 울산의 노조사무실을 방문했다. 또 해외 마케팅이나 인력채용을 위해 해외출장을 갈 때도 노조위원장과 동행해 바이어들이나 해외 인재들이 회사를 바라보는 냉정한 시각을 공유해왔다. 삼성정밀화학은 노사 합의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을 동결했다. 조성우 울산공장장(전무)은 "경영 상황을 투명하게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회사 경영의 동반자로 노조를 인정하면서 직원들도 마음을 열었다"며 "원가절감, 신제품 개발, 안전강화 등에서도 직원들의 자발적인 협력이 없다면 현재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흑자전환의 원동력이 된 원가 절감도 직원과 회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뤄낸 성과다. 지난해 전력·증기·수율·물류·품질 등 5개 분야의 원가절감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직원들이 원가절감 요소들을 구석구석에서 찾아냈다. 제조 공정 중 쓰고 남은 열을 재활용해 셀룰로스계 제품의 원가를 45%가량 절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노사가 머리를 손을 잡았다. 매일 오전8~10시 '세이프티골든타임'을 지정, 전 직원이 공장 안전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깨끗한 공장이 안전의 선결 조건이라는 공감대하에 노사가 청소에도 힘을 쏟았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공장은 일반적인 화학공장에 대한 이미지와는 달리 달리 깨끗했다. 조정훈 총무팀장은 "다음달 창립일을 맞아 공장 맨발로 걷기 행사를 계획할 만큼 청소와 정리가 깨끗하게 돼 있다"며 "글로벌 제조 사업장에 걸맞도록 깨끗한 '청소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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