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에 1,100원 아래로 떨어지자 시장 참가자들은 추가 급락보다는 완만한 하락을 점쳤다. 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진 만큼 앞으로 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하락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A선물의 한 관계자는 "시장 심리가 벌써 하락 쪽으로 기울어져 당분간 반등 때마다 매도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면서도 "환율이 더 떨어지더라도 1,000원대 초반까지 밀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럽발 리스크가 조금씩 해소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여전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 유로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추가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B은행 외환딜러도 "달러가 대거 풀리고 있고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대외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해 환율 하락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장에서는 1,000원대에서 예상할 수 있는 1차 지지선으로 1,070~1,080원을 제시했다. 먼저 1,080~1,090원대를 오르내리다가 밀리더라도 1,070원대에서는 지지력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1,070원대가 지지선의 하단으로 언급된 배경에는 지난해 정부가 예산을 짤 때 연평균 환율로 제시한 가격대가 1,070원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A선물 관계자는 "최근에도 환율이 떨어질 때마다 외환당국의 개입이 이뤄지고 있지만 1,070원대에서는 강력한 시장개입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과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대선을 전후해 고환율정책을 밀어붙일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C은행 딜러는 "차기 정부의 이슈가 경제민주화인 만큼 고환율정책이 다시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를 비롯한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은 게 원ㆍ달러 환율 변동성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환율의 수준보다는 변동성이나 변화 속도에 유의하고 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김 총재도 전날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통화 절상폭이 높지만 싱가포르나 대만 등과 큰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발언은 외환당국이 최근 원화강세를 일정 부분 용인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낳았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에 대한 경계감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율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면 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또 원ㆍ달러 환율의 상승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D시중은행 딜러는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나 스페인 불확실성 같은 정책적 문제가 여전히 시장을 감싸고 있는 만큼 불안감이 확산되면 1.100원 위로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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