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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계에서 ‘심야 토크쇼의 황제’로 불렸던 조니 카슨이 23일(현지시간) LA 인근의 말리부 자택에서 폐기종으로 사망했다. 향년 79세. 카슨의 조카 제프 스칭은 이날 “카슨이 일요일 새벽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별도의 추모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슨은 지난 92년까지 30년간 ‘투나이트 쇼(Tonight Show)’ 등 NBC방송의 간판 프로그램을 이끌며 경쟁사인 CBS방송을 압도해 ‘심야 토크 쇼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서는 카슨이 ‘정치적 은인’이나 다름없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88년 아칸소 주지사로 재직할 때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따분한 연설로 숱한 조롱을 받았지만 며칠 후 카슨의 투나이트 쇼에 출연해 색소폰으로 ‘서머타임’을 멋들어지게 연주함으로써 일거에 전국적인 명사로 발돋움했다. 늘 천진난만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카슨은 오하이오주 코닝 출신으로 14세 때 마술사 ‘그레이트 카르소니(The Great Carsoni)’로 쇼 비즈니스에 데뷔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으로 군 복무를 마친 후 네브래스카주 지방 라디오와 TV에서 일을 하다 50년 로스앤젤레스 KNXT-TV로 이적해 스케치 코미디쇼 ‘카슨의 지하실(Carson's Cellar)’를 계기로 스타로 떠올랐다. 그 후 ‘조니 카슨 쇼(55~56년)’ ‘후 두 유 트러스트(57~62년)’ 등 숱한 쇼 프로그램을 거쳐 58년부터 92년 은퇴할 때까지 투나이트 쇼를 이끌었다. 그는 80년대 당시 연봉이 한때 500만달러를 웃돌아 TV출연자 가운데 사상 최고의 몸값을 기록하기도 했다. 방송인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반면 사생활은 불행한 편이었다. 무려 3번이나 이혼했고 91년에는 아들 리키(39)를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그는 87년 61세의 나이로 당시 30대였던 알렉시스와 4번째로 결혼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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