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선운사 동백꽃, 진홍의 자태

「선운사 골짜기로/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동백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그것도 목이 쉬어/남았습디다」(시인 서정주의 시 「선운사 동구」에서)지금 전북 고창 선운사 경내에는 동백꽃(춘백)이 막 피기 시작했다. 핀 지 1주일이나 열흘만 되면 노란 꽃술과 함께 송두리째 떨어져버리고 마는 동백. 어떤 시인은 『진홍색 피를 토하고 목이 부러져버린다』고 표현했던가. 그래서 동백은 옛부터 상사화와 더불어 이별을 상징한다. 사랑이란 동백처럼 순식간에 피고지는, 화려하면서도 씁쓸한 인생의 회한에 불과한 것일까.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 날 때처럼/있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시인 최영미의 「선운사에서」) 「선운사에 동백꽃 숲으로 와요/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마음처럼 하도 슬퍼서/당신은 그만 못 떠나요」(대중가수 송창식의 「선운사」) 동백은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 져버리기에 더 서럽다. 선홍빛의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더 처절한 아픔이다. 봄철 요란스레 피어나는 벚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말에 고창으로 가보자. 선운사 동백꽃은 물론 고인돌, 고창읍성 등 다른 유적도 많다. 풍천장어, 복분자술은 미식가를 유혹한다. 매표소 입구에서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뜻밖에 동백보다는 벚꽃이 먼저 상춘객을 맞이한다. 개천가에 수양벚꽃 나무들이 축축 늘어져 하얀 꽃이파리를 날린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가면 유달리 색감이 진하고 꽃송이가 탐스러운 동백이 꽃병풍을 이룬다. 천연기념물 제184호. 절 주변에 수령 500년의 동백꽃 5,000그루가 피어난다. 선운사도립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동백과 벚꽃을 한꺼번에 즐기려면 오는 10~15일이 가장 좋다고 한다. 선운산 산행도 권할 만하다. 산세가 온화하고 부드러워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선운사~석상암~수리봉~참당암~선운사로 이어지는 2시간 코스는 거리도 짧지만 4월말 쯤이면 진달래 꽃밭을 이룬다. 이맘 때가 되면 동백과 벚꽃, 진달래를 동시에 보려는 등산객으로 넘쳐난다. 선운사의 진면목을 보려면 선운사~수리봉~국사봉~낙조대~용문골~천마봉~도솔암으로 이어지는 4시간 코스가 적당하다. 특히 도솔암으로 가는 3.2㎞ 정도의 숲길은 호젓한 맛이 일품이다. 또 용문골과 동불암 마애불, 낙조대 등 명소가 많다. 동불암에는 높이 17M에 달하는 마애불상이 조각돼 있는데 전봉준과 김개남 등 동학혁명 지도자들이 개벽사상을 담은 비결을 불상 배꼽에서 꺼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낙조대에서는 서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문의 선운사도립공원 (0677)560-3450, 선운사 종무소 561-1422 자녀와 함께라면 인근의 고인돌 유적을 꼭 둘러보는 게 좋다. 한반도 전역은 세계 고인돌의 60%인 3만여기가 몰려있는데 특히 고창군은 한반도 최대의 밀집지역이다. 도산리·매산리·월암리·죽암리 등지에 고인돌 2,000여기가 있다. 최대 150톤에 달하는 돌을 기원전 3,000년 전의 사람들이 어떻게 옮겼을까. 아직도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고창군이 2001년까지 고인돌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인 죽림리 일대는 정리·정돈이 잘돼 있다. 이밖에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재효의 생가, 인촌 김성수의 생가, 심원리 해변과 동호리해수욕장, 동학혁명의 유적지인 공음면 구수리 등도 가볼만하다. ■ 여행쪽지 ◇가는 길=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서울 기준으로 대전~호남고속도로~정읍IC~고창군 흥덕면~선운사.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고창까지 하루 19회 운행(3시간 40분 소요). 고창읍에서는 선운산까지 직행버스 하루 8회, 군내버스 하루 24회 운행. ◇별미= 풍천장어가 명물이다. 「풍천」이라는 말은 고창의 특정한 개천이 아니라 강과 바다와 만나는 지점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이다. 선운사에서 줄포만으로 흘러드는 장수강도 그런 강이라 여기서 나는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장어는 갯물과 민물이 만나는 유역에서 잡히는 게 가장 많이 좋다고 한다. 특히 풍천장어는 단백질이 많기로 유명하며 조리법 때문에 특이한 맛을 낸다. 복분자술도 유명하다. 산딸기 열매로 만든 술인데 남성의 정력을 돋우고 신장과 간을 보한다고 한다. 복분(覆盆)이라는 이름도 이 술을 먹은 뒤 소변을 보면 세찬 그 힘 때문에 요강이 뒤집어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문의 동백호텔 (0677)562-1560, 산새도호텔 561-0204, 선운산유스호스텔 561-3333, 신덕식당 562-1533.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4/04 17:26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