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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파격적인 '인간의 性 이야기'

■정자전쟁…로빈 베이커 지음. 이학사 펴냄


“어린 여자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남자의 성기를 한가롭게 만지작거렸다. 마침내 그것이 단단해지자 그녀는…. 남자가 안에 들어왔을 때 그녀가 느낀 그것은 흥분이 아니라 충일이었다.” 그저 이 단락만을 놓고 본다면 마치 판매 금지 처분을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진한 애정 소설로 착각할 수 있다. 이 장면이 집단 성교를 묘사한 문단 가운데 일부라는 사실을 알면 독자들은 더욱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생물학부 교수였던 저자는 성생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작가이기도 하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교직에 머물면서 100편이 넘는 과학 논문과 잡지 기고문을 썼다. ‘정자전쟁’ ‘아기전쟁’ ‘미래의 성’ 등 몇권의 저서를 내 놓았는데 이 가운데 ‘정자전쟁’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도발적인 제목과 위 인용문의 생생한 묘사 장면에서 보듯 저자의 글은 호기심 가득한 독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기발하다. 하지만 3류 도색 잡지에서 몇 페이지 늘어 놓는 시시껄렁한 음담패설과는 급이 다르다. 집단 성교를 묘사한 대목에서 그가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는 이렇다. “다시 말해서 (좋은 정자를 얻을 확률이) 두 남자와 성교를 함으로써 배가되는 질병 감염 확률 따위를 능가하기만 한다면” 여자는 집단 성교가 주는 위험성을 기꺼이 감내할 것이라는 뜻이다. 저자 로빈 베이커는 학계로부터 비난 받을 각오를 하고 썼다고 했는데 실제 이 책 곳곳에선 낯뜨겁고 낯설고 도전적인 명제와 장면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인간이 성 생활을 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남들보다 더 근사한 전략을 구사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는 후손을 많이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종족 보존 본능이 발휘될 때 사람 몸 속에서는 어김없이 정자 전쟁이 일어난다. 남자는 여자의 몸 속에 가능한 자신의 정자 부대를 많이 투입해 후손을 늘리기 원하며 여자는 가능한 최상의 정자를 얻어 번식력 있는 후손을 낳고자 하기 때문에 정자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부부의 성행위에서부터 자위, 집단성교, 간강 등 모든 성적행위에 대한 과학적 해석을 펼치고 있다. 책을 쓴 저자의 의도가 파격적인 읽을 거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간의 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의도야 어떻든 파격적이며 흥미롭다. 1996년 책이 발간됐을 때 영국 선데이타임스에서 올해의 가장 재미있는 과학책으로 꼽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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