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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청약열기에 찬물 끼얹는 분양가 인상


본격적인 가을 분양 시장의 막이 올랐다. 당장 이번주에만 전국에서 25개 아파트 단지가 청약에 나서고 13곳의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다.

일단 분양 시장 비수기인 7~8월에도 청약 열기가 식지 않은 만큼 성수기인 가을 분양 시장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하지만 가을 분양 시장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최근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분양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주 SK건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국제아파트를 재건축해 분양한 '대치 SK뷰'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3,902만원, 최고 4,050만원에 달했다. 2년여 전 인근에 분양한 '래미안 대치 청실'의 분양가인 3.3㎡당 3,200만원보다 20% 넘게 오른 것이다. 이후 서울 강남권에서 줄줄이 나올 다른 재건축 단지들도 '대치 SK뷰'의 1순위 마감에 자극받아 분양가를 애초 계획보다 올려 잡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고분양가 논란은 서울 강남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번주 대구 수성구 황금동에 분양하는 '힐스테이트 황금동'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260만원대로 책정됐다. 올 상반기 대구 지역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884만원, 수성구는 1,025만원이었음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뛰는 것은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올릴수록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건설사들 역시 시장 호황을 틈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묵혀놓았던 부지의 분양을 재개하면서 분양가를 높여 그동안의 손해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게다가 4월부터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돼 분양가 상승을 제지할 마땅한 수단도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분양가 상승이 분양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전세난에 지쳐 분양 시장으로 몰리는 실수요자들이 잇단 분양가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진 신규 분양 아파트를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 또 분양가가 오르면 시세차익을 얻기도 힘들어져 투자자들의 발길도 뜸해지게 된다.

현재의 분양가 산정 방법 역시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조합들은 분양가를 결정할 때 앞서 인근에 분양한 단지의 프리미엄(웃돈)이 포함된 분양권 시세를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양권 프리미엄은 실제 입주 시점에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근거로 분양가를 올리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분양 시장이 지금의 열기를 이어가려면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필수적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 좇아 분양가를 높이려는 건설사 및 조합들의 행태가 반복된다면 분양 시장은 물론 전체 주택 시장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건설부동산부 이재용 차장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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