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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스마트 증세가 필요하다

김원식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한국재정학회장


보건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역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담뱃세를 높여 내년부터 2,500원짜리 담배를 2,000원 인상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세수를 늘리기 위한 편법임을 정부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담뱃세수는 흡연억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체될 것이다. 세수 관점에서 보면 경기부진으로 세수실적이 나빠짐에 따라 결손을 메우기 위한 임시적 조치라고 본다.

담배·주민세 인상, 적자예산 임시책 불과

안정행정부는 주민세와 자동차세를 2배 이상 인상하겠다고 한다. 서민과세의 효과를 내 공정한 과세라고 볼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이를 통한 자치단체의 재정안정 또한 이루지 못할 것이다.

지난주 말에 정부는 367조원의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과거와 다르게 경기부양을 위해 33조원의 적자보전용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했다. 국가부채만도 500조원이 넘은 상태에서 이러한 적자는 조만간 다음 정권이나 세대의 조세로 바뀔 수밖에 없다. 또 고령화시대로 진입해 곧 근로자 수 감소가 예상되는 현실에서 이들의 조세부담 능력이 의심스럽다. 예산안은 매년 지출해야 하는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의 30%를 넘어서 9조1,000억원 늘어난 반면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불과 7,000억원 증가했다. 수지적자가 사실상 복지라는 소비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적자수준은 앞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증세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적절한 증세와 지출구조는 성장을 이끌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장기적 재정안정화를 위한 현명한 증세 시스템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복지비 인상으로 세금을 함께 올려야 하는 페이고 시스템을 철저히 적용해야 한다. 자본주의 속성상 현재와 같이 소득격차가 지속적으로 커진다고 가정하면 앞으로도 포퓰리즘적 복지증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페이고 시스템은 복지 포퓰리즘으로 예산이 소비 부문에 쏠리는 것을 억제할 할 것이다.



둘째, 지방세 시스템이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복지 서비스가 늘어나면 자치단체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자치단체들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적어도 자치단체 주민들의 복지 서비스는 주민들의 조세로 조달돼야 한다는 개념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페이고 적용·지자체 재정자립도 높여야

셋째, 조세 시스템도 이제는 글로벌화해야 한다. 그래야 OECD 국가로서 체면이 서고 대등한 국제경쟁이 가능하다. 법인세 인하나 소비세 인상은 추세다. 소득세도 인하되는 추세다. 주식거래차익과세도 거의 일반화돼 있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들에 글로벌 경쟁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소비세가 역진적이기는 하지만 많이 소비하는 계층이 세금을 많이 내게 마련이다. 이제는 부가가치세 인상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속 가능한 재정안정이 국가경제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세수관리가 더욱 투명하게 관리되고 예산이 정당한 곳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시스템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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