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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의 고대 오아시스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팔미라’가 수니파 급진무장조직 ‘이슬람국(IS)’의 수중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괴의 위기에 처했다.
AP·AFP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의 라미 압델 라흐만 대표는 “IS가 팔미라 북부 대부분을 장악했으며 현재 치열한 교전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비록 고대유적이 팔미라 남서쪽에 위치해 아직 IS의 손아귀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극단주의 세력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팔미라는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 떨어진 시리아 사막 한복판에 위치한 고대 유적으로 ‘사막의 베네치아’로도 불릴 정도로 중동 지역에서 가장 중요하고 아름다운 고대 유적지 중 하나다.
팔미라는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으로, 기원전 19세기 시리아 사막을 지나는 이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처음 기록에 등장한다.
특히 다양한 문명의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어 예술과 건축에 그리스·로마 등 유럽 전통 양식은 물론 페르시아·인도 등 동양 문화의 영향까지 가미되는 등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1세기 중반 로마의 속주인 시리아의 일부가 돼 로마의 지배를 받았고, 물이 풍부한 입지를 이용해 페르시아, 인도, 중국, 로마제국을 잇는 실크로드 무역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오랜 세월 폐허로 남았던 팔미라는 17∼18세기 이곳을 지나던 여행객들을 중심으로 아름다움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20세기 들어 일부 복원됐다. 1980년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매년 15만 명의 관광객이 팔미라를 찾았다.
4년 넘게 이어진 긴 내전으로 팔미라는 유적들의 기둥과 조각 일부가 훼손되는 등 시리아의 다른 유적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수난을 겪었고, 2013년 유네스코가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도 했다.
오랜 세월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팔미라의 유적은 이번 IS의 위협으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마모운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다. IS가 모든 것을 파괴할 것”이라며 “IS가 고대유적에 진입한다면 팔미라는 제노비아 여왕 시대보다 더 처참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팔미라는 시리아와 전세계 사람들에게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보물”이라며 “팔미라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달라”고 호소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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