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사전규제ㆍ총량규제는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총제는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악성적인 순환출자 구조 등이 해소되면 없어져야 할 제도라고 봅니다.” 취임 7개월을 맞은 권오승(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순환출자 규제가 무산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출총제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권 위원장은 이어 일부 여당 의원들이 순환출자 규제를 새로 삽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2조원 중핵기업에 한해 출총제를 적용하고 순환출자 규제를 담지 않은) 정부안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정부안 통과를 위해 틈나는 대로 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당 일각에서 순환출자 규제 주장이 다시 이는 것과 관련해 “(권 위원장이) 속으로는 좋아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주장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어차피 욕먹을 각오를 가지고 공정위안을 내놓았지만 출총제 개편에만 너무 집중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정위 업무 중 대규모기업집단정책은 전체 업무의 10%에 불과한데도 온통 시선이 그곳에만 쏠렸다는 것. 이 때문에 권 위원장은 “사후규제에 중점을 두면서 불공정거래ㆍ카르텔ㆍ소비자정책 등의 경쟁질서 확립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경쟁질서 확립이 감시ㆍ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격담합을 한 기업들이 시장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만드는 국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출총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르셨는데요. 공정위가 밀렸다는 의견부터 그렇지 않다는 분석까지 다양합니다. ▦환상형순환출자 규제를 꼭 넣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다만 논쟁이 환상형순환출자로 이동하면서 그 폐해를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는 성공이라고 봅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환상형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으니까요. 다만 공감한다는 것과 제도를 도입하는 문제는 별개였다고 봅니다. -정부안이 만들어진 뒤 여당에서 이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순환출자 금지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부터 출총제 대상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되면서 당론을 모으기도 쉽지 않은데요. ▦정부안은 엄청난 산고 끝에 나온 것입니다. 정치권에서 받아주기를 바랍니다. 출총제 대상 기업을 자산 2조원으로 규정한 것도 공정거래법과 증권거래법상의 정합성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증권거래법에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인 회사에 대해 감사위원회 설치 등 특별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요. ▦정부안이 최선은 아니겠지만 여러 측면을 두루 살핀 안입니다. 국회의원을 상대로 정부안을 들고 설득이라도 나설 의향도 있습니다. 국정감사 때도 의견이 달랐던 국회의원들이 틈이 나는 대로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부안이 당초 공정위안보다 후퇴했다는 평가 때문인지, 권 위원장의 의지가 꺾인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꺾였거나 입지가 좁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책은 공정위만 판단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 부처가 함께 논의하고 조정, 합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지요. 공정위는 좀더 길게 봤던 것이고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 등은 현실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데 좀더 무게를 뒀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의 경우 순화출자 규제를 받으면 투자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던 것으로 압니다. -이번 정부안은 수정 출총제의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중핵기업 출총제가 영속성을 갖는 것인지요. ▦지난 2002년과는 달리 3년 뒤 평가하고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조건이 없습니다. 솔직히 출총제와 같은 사전규제ㆍ총량규제는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출총제는 내외부 견제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악성적인 순환출자 구조 등이 해소되면 없어져야 할 제도로 봅니다.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집단정책은 공정위 전체 일의 10분의1도 되지 않습니다. 되레 출총제만 이슈로 부각돼 공정위의 수많은 다른 일들이 묻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앞으로 사후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공정위도 사전규제를 담당하는 부서의 직원을 줄일 계획입니다. -그동안 발언을 종합해보면 대기업에 대한 감시ㆍ견제를 통해 중소기업을 살리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의중이 읽힙니다. 자칫 공정위가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도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길게 봐서 경제구조가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는 고민의 표출이지요. 물론 개인 자격으로 말할 때와 달리 공정위원장으로서 그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받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잘 나가는 회사도 많아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수십개의 중견기업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만처럼 중소기업만 많다고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성장하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크는 산업풍토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을 보면 그게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대규모기업집단 내부의 불공정거래, 대ㆍ중소기업간의 불공정한 하도급거래 등에 대해 앞으로 좀더 세밀하게 접근할 계획입니다. -소비자정책본부장은 외부에서 채용했던데요. 소비자정책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봐야겠지요. ▦솔직히 내부에서도 인사적체 문제가 크지만 좀더 나은 적임자를 찾기 이해 외부 공모를 했습니다. 소보원이 재경부에서 공정위로 이관되는 만큼 앞으로 소비자정책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소비자종합정보망 구축, 소비자단체 지원ㆍ육성방안 마련, 소비자단체 소송제도 도입 등 피해구제 제도 강화 등 관련 제도의 변화도 진행될 것입니다. 공정위의 비전 중 하나가 ‘행복한 소비자’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비자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지요. -최근에는 현대자동차를 조사하던 직원들이 금품 수수 등으로 징계조치를 받았는데요. ▦일단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현대차 조사는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지만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취지로 재조사를 진행할 것입니다. 관련자들에게는 징계조치도 내렸습니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강제조사권 등이 없어 조사 대상 업체는 적극적인 협조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완벽한 조사를 위해 베테랑급 직원들이 가야 하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습니다. 결국 직원의 전문성을 키우고 동시에 카르텔 등에 강제조사권을 갖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무기도, 기술도 있어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문성 제고를 위해 조직을 현재의 기능에서 산업별 조직으로 바꾸는 계획은 어떻게 되고 있으신지요. ▦기능 조직이다 보니 노하우의 축적이 부족합니다. 이를 미국ㆍ유럽연합(EU) 등처럼 몇 개의 산업별 조직으로 바꾸면 종합적ㆍ포괄적인 접근도 가능하고 산업별 전문가 육성에도 유리합니다. 다만 한꺼번에 산업별 조직으로 전환하는 게 부담돼 일단 시범적으로 한 두 곳을 산업별 조직화해 검증해볼 계획입니다. -직접 정책을 집행하는 수장의 자리에 계시니 어떻습니까. 교수 시절과 사뭇 다르실 텐데요. ▦솔직히 제 말 한마디가 기사화돼 논쟁거리가 되고 국회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말실수도 많았던 것 같고요. 평생을 공정거래법을 연구해왔습니다. 바람직한 경쟁질서 확립에 대한 구상도 있습니다. 그것을 수행해낼 자신도 있고 또 3년을 쉬지 않고 일을 할 수도 있지요. 솔직히 공정위 위원장이 아무에게나 주어진 기회가 아니니깐요. 취임 초기에는 쉬는 날도 나왔는데, 그게 직원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쉬는 날은 거의 나오지 않지요. 제 임기가 3년입니다. 물론 직원들은 몇십 년을 공정위에서 일을 해야 하고요. 단거리 선수와 장거리 선수의 차이랄까요. 장거리 선수들에게 단거리 선수처럼 달리라고 하면 쓰러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직원들이 전문성과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습니다. -경쟁질서 확립이라는 게 그것에 대한 감시만 강화한다고 가능할까요. ▦감시와 규제가 절대 전부일 수가 없습니다. 정말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경쟁원리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경쟁문화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가격담합 등을 통해 국민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소비자가 매출액의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가격담합이나 카르텔이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국민들의 몫과 역할도 있는 것이지요. 기업결합심사 면제기준 100억미만으로 확대
기술력 갖춘 中企 M&A봇물 터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의 매출액과 자산이 모두 100억원 미만일 경우 기업결합심사를 면제하기로 함에 따라 중소기업에 대한 M&A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매출ㆍ자산이 30억원을 넘지 않을 경우 기업결합심사를 면제해주고 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3년 589건이던 것이 2004년에는 749건으로 크게 늘었다. 다만 2005년의 경우 기업결합 대상 기업의 자산ㆍ매출액이 각각 30억원을 넘지 않을 경우 심사 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심사건수는 658건으로 감소한다. 그러나 2005년의 상장기업간 M&A는 2004년에 비해 더욱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장기업간의 M&A는 2004년 84건에서 2005년에는 121건으로 44%가 증가한다. 특히 중소형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은 47건이던 것이 두 배에 가까운 80건으로 증가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상장기업의 M&A가 증가했던 만큼 비상장 기업의 M&A 역시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지난해에 M&A 대상 기업의 자산ㆍ매출액 규모가 30억원을 밑돌 경우 기업결합심사 대상에서 제외시켜준 것이 심사건수의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평균 기업결합금액도 지난해에 429억원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 기업결합은 많지 않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와 제일은행간 합병(3조4,000억원) 등 상위 10곳의 기업결합 규모가 전체의 48.1%인 9조원에 달하면서 이들 10곳의 기업을 뺄 경우 건당 평균 금액은 149억원에 불과하다. 그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M&A가 활발했다는 것을 뜻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결합 대상 기업은 중소기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며 "면제 대상을 30억원에서 100억원 밑으로 확대할 경우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대한 M&A 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보원에 조사권 부여 안할듯
權공정위장 시사…소비자 주권확립 주력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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