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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업화는 곧 안보문제"

[인터뷰] 영문 자서전 펴낸 오원철 前대통령 경제수석

오원철

"우리나라의 공업화는 곧 안보 문제였다. 미국이 당시 베트남을 포기한 이유가 농업국가였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반면 일본은 공업국가이기 때문에 버리지 않았다는 논리다. 한국이 미국에 요긴한 공업국이 되면 미국도 함부로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결국 미국은 한국에서 발을 빼지 않았다. 산업 국가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우리나라 공장들이 미군 철수를 막아낸 셈이다." 오원철(81) 전 대통령 제2경제수석의 회고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라의 보물, 즉 국보(國寶)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오국보'가 당시 그의 애칭이었다. 美, 농업국 이유로 베트남 포기
우리 공장이 미군철수 막은 셈

朴대통령 중화학·防産 육성
전쟁 피하기위한 고뇌의 소산
. 오 전 수석은 "내가 잘나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하도 투서가 많았을 때라서 일만 하는 오 수석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 내포돼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오국보'라는 별명이 한국 산업정책 전반을 이끌어왔던 그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라는 게 세간의 평가다. 오 전 수석은 5ㆍ16 이후 지난 1979년까지 한국경제 발전사를 쓰다시피 했던 핵심인물이다. 서울공대 전신인 경성공전 화공과 출신인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중용돼 내수ㆍ경공업으로 우리 산업의 바닥을 다졌고 1971년~1979년까지는 대통령 제2 경제수석을 맡아 수출ㆍ중공업 위주로 산업 구조를 개편해냈던 주인공이다. 그 오 전 수석이 영문 자서전인 '더 코리아 스토리(THE KOREA STORY)'를 펴냈다. 이 책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철학에 관한 자신의 글을 모아 출간했던 '박정희는 어떻게 경제강국을 만들었나(2006ㆍ동서문화)'의 영문판인 셈이다. 서울 서초동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 경제개발 과정을 배우고 싶어하는 후발국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수요가 많아 참고서를 펴내보자는 심정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 시대 정부ㆍ기업ㆍ민간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현장감 있는 내용이 들어갔고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구상했던 미완성 프로젝트인 행정수도와 새 국토 개발안에 대한 얘기도 담아냈다. 오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을 기리고 50년, 100년 후 후세에게도 참고가 됐으면 하는 취지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대에게 그때 얘기를 전해줘야 할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 전 수석은 "중화학공업과 방위산업 육성은 당시 긴박하게 대치했던 북한과 전쟁을 피하고자 했던 치열한 고뇌의 소산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중화학공업 육성에 반대하는 참모들과 국민들을 "내가 전쟁을 하자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설득해나갔다고 덧붙였다. 오 전 수석이 한국의 경제건설 과정을 '산업전략 군단사(軍團史)'나 '한국형 경제건설'이라고 거론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이농인구를 현지에서 흡수해 대도시 인구집중을 막자는 포석으로 포항ㆍ울산ㆍ창원ㆍ거제ㆍ여수ㆍ대덕ㆍ구미 등에 대규모 지방산업단지를 건설했지만 구미를 제외한 내륙지역에는 공단을 짓지 못하게 했다"고 소개했다. "강 상류에 짓게 될 경우 불거질 환경 문제를 고려해 해변에 배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 당시 이미 난개발이 아닌 친환경적인 경제개발이 진행됐다는 얘기다. 오 전 수석은 "나라를 위해서라면 지금도 죽을 수 있다"며 "평생 국가를 위해 후회 없이 일했다"고 말했다. 또 입의 단계(먹는 게 과제인 단계), 손발 단계(기계화 단계), 눈의 단계(사치의 단계)에 이어 머리 단계(사유 단계)로 이어지는 경제발전에 따른 국민의 주요 육체활용 4단계설도 소개했다. 그는 "현재와 미래의 한국사회는 머리 단계인데 지금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 전 수석은 "현대사회는 정보가 넘쳐 나지만 그 정보를 토대로 전체를 조망하며 판단하는 능력들은 미흡하다"며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나라걱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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