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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대선과 '한국교회의 위기'

로마제국 당시 기독교는 세계의 중심인 로마가 아닌 변방 이스라엘 지역에서 시작됐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도 변방이었던 촌동네 갈릴리에서, 그것도 사회의 하층으로부터 시작된 기독교는 로마로까지 이어져 드디어 4세기경 로마의 국교로 선포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국교로 선포된 이후 기독교는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탐하고 권력과 일체화됐다. 세속의 왕권을 능가하는 교황권이 확립됐고 이는 교회의 부패와 ‘중세 암흑기’를 가져왔다. 더욱이 기독교 역사에 있어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 중 하나인 십자군 전쟁(성전을 빙자한 탐욕의 전쟁) 역시 권력과 일체화된 교회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에 따라 양심적인 기독교 학자들은 정교일치 또는 ‘권력에 접근하는 교회’를 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땅에 천국을 끌어 내리려는 노력은 언제나 지옥을 끌어올리는 결과만 낳는다(Lesslie Newnigin).” “교회와 정부가 친해지면 정부에는 좋지만 교회에는 나쁘다(G.K.Chesterton).” “교회는 하나의 저항세력 즉 정부에 대한 균형세력으로 존재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 정부와 친해질수록 교회의 메시지는 그만큼 희석된다(Philip Yancey).” 다가올 대선을 두고 일부 교회에서 교회장로인 이명박후보를 지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러나 몇몇 의식있는 목사 등 기독교인들은 이 같은 현상이 결코 교회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한 젊은 목사는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한국 기독교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지금 한국 교회는 대형화ㆍ세습화ㆍ물질중심ㆍ기복신앙 등으로 가뜩이나 국민들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며 “만일 이번 대선을 거쳐 교회가 권력과 가까워진다면 교회는 한국 사회의 대다수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한 기독교 작가 필립 얀시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상도 다 할 수 있으나 한가지 예외가 있으니 사랑과 은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변방, 사회의 낮은 곳을 찾아 사랑과 은혜를 베풀 때 사람들은 교회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주위에 모여들겠지만 권력ㆍ금력과 가까워질 때는 교회를 외면한다는 것이 2천년 기독교 역사가 알려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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