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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운전·경비 등 대부분 단순 노동 투입… 月 급여 100만원도 안돼

고령자 채용기업 상당수 영세 업체<br>제대로 된 전문 직업훈련기관 없어<br>특기 살릴 수 있는 사업 모델 절실

사진설명 : 지난 16일 서울 논현동 LH 서울지역본부를 찾은 어르신들이 실버사원 지원에 관해 상담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경제DB



■고령자 취업 전쟁… 현실과 대책은

지난 주 취업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고령자 일자리였다.

롯데마트는 이달 초 만 56~60세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시니어 직원 모집을 한 결과 400명 모집에 2,670명이 지원해 6.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주로 계산원이나 온라인 주문상품 배송 준비 등을 맡게 될 시니어 직원 지원자 중에는 대기업 임원이나 중견간부 출신도 있었고 석ㆍ박사 출신의 고학력자도 70명을 넘어섰다.

이보다 사흘 앞서 마감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실버사원 지원 경쟁은 더 치열했다.

60~80세 구직자 2,000명 모집에 모두 1만8,977명이 몰려 최종 경쟁률이 9.5대1이었고 지역별로는 서울이 17.8대1, 그 중에서도 서초·강남은 무려 48.6대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나타냈다.

젊은 시절 학교와 직장, 세상 속에서 이미 치열한 경쟁을 맛본 고령자들이 은퇴 이후 삶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다시 경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시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건물 5층에 있는 서울 일자리 플러스센터에는 구직 상담을 위해 방문한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포구에 살고 있는 66세 박 모씨는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고 집에 앉아있을 수만 없어 이렇게 나왔다"며 "마음에 쏙 드는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자리 플러스센터에는 박씨 같은 방문상담자와 전화 상담자 등 하루 평균 250명 정도의 고령자들이 구직 문의를 하고 있다. 강지화 고령자상담팀장은 "생계를 위해 구직에 나서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라며 "고령자를 채용하려는 곳은 적고 고용 여건도 좋지 않은 반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려는 어르신들이 많아 구인ㆍ구직자를 연결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20일부터 국내 한 공단의 상담원으로 일하게 된 김 모씨(60세)는 현역시절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은 사례다. 그는 "교직과 병원행정직에서 모두 30년간 일했기 때문에 사회복지관련 행정이나 상담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며 "지금 자리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씨는 월급 110만원을 받고 4대 보험까지 적용받아 여건이 좋은 축에 속한다.



문제는 김씨 같은 고령 취업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 고령자들이 높은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뒤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령 취업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운전이나 경비와 같은 단순 노동에 투입되고 3분의2 이상은 월 급여 100만원 미만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령자를 채용하는 기업들 상당수가 청ㆍ장년층에게 최저임금수준도 지급하기 힘든 영세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빌딩 관리인으로 일하는 우 모씨(68세)는 눈높이를 크게 낮춰 취업을 했다. 하루 아홉 시간, 주 6일 근무에 월급은 70만원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우씨는 그나마 이 일자리라도 찾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우씨는 "월급을 100만원 이상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일자리를 고르고 골랐지만 결국 안됐다"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대치를 낮췄다"고 밝혔다.

갈수록 일자리를 원하는 고령자들이 많아지면서 노인 일자리 시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00년 7.2%에서 2010년 11%, 2020년 15.7%로 급증한다. 고령자 취업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응했다가는 자칫 큰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으로 고령자 취업문제에 더 깊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특히 아직까지 제대로 된 고령자용 전문 직업훈련기관이 없는 점은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서울의 경우 시가 설립해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운영하는 노인취업훈련센터가 있기는 하지만 직무 교육 내용이 경비나 주차, 배달원 등 단순 업무 위주로 편성돼있고 수용인원도 넉넉하지 않아 고령자의 직업교육 수요를 만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 팀장은 "전기나 주택관련 자격증만 따도 할 수 있는 일이 다양해지지만 학원 비용이 많이 들고 별다른 지원이 없어 어르신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높은 수준의 다양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고령자 직업 훈련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ㆍ여성가족부ㆍ고용노동부ㆍ국방부 등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대한노인회 등 관련 기관으로 분산된 노인 일자리 사업의 통합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시스템 안에서는 구직자가 한 눈에 일자리 정보를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노인 취업희망자는 "기관별로 노인 일자리 정보가 따로 제공돼 한 눈에 살피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불만을 표현했다.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업무의 단순성으로 오래 일하기 힘든 직업들을 양산하는 것보다는 지속성이 있는 우량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고령자가 가진 특기들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의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정미애 노인인력개발원 사회참여팀장은 "노인 일자리사업을 위해 재정 지원을 무조건 늘릴 수 만도 없는 상황"이라며 "기술 습득이나 창업처럼 어르신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거나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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