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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9월 12일] 일본의 '자발적 폐업'이 주는 교훈

"이제 관둬 버려야지. 아들놈들은 다 싫다고 하고, 나도 이젠 힘들고."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서 한 중소기업체 사장을 만났더니 대뜸 이렇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나이 마흔에 기계부품 사업에 뛰어든 그의 나이는 올해 여든살. 눈부신 성장은 못했지만 그의 회사는 10여명 안팎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안정적인 사업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그는 사업을 접을 채비를 하고 있다. 두 아들이 각각 공무원과 정보기술(IT)업체 직원으로 제 갈 길을 가고 있어 기업을 물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식 말고 딱히 회사를 물려줄 사람도, 물려주고 싶은 생각도 없어 포기했다"면서도 못내 아쉬움과 서운함을 드러냈다. 요즘 일본에서는 가업승계에 실패한 중소기업들의 '자발적 폐업'이 심각한 사회ㆍ경제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고도성장기에 기업을 세운 중소기업 창업주들은 이미 은퇴를 생각할 나이이거나 후계자가 없어 억지로 사업체를 끌어가는 고령자이다. 일본에 창업 100년 이상의 장수기업이 2만개가 넘는다지만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대물림에 관심이 없다. 후계자 문제 때문에 폐업하는 중소기업체가 연간 7만곳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다. 한때 경제성장을 이끌며 저력을 과시했던 일본 중소기업들의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미래에 대한 불안요인이다. 우선 일본의 폐업사태는 우리에게 일본의 탄탄한 '알짜' 중소기업을 주워담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내 한 투자자문사는 일본 부품소재 중기에 투자하는 인수합병(M&A) 전문 펀드까지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의 모습이 장차 고스란히 우리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고령화와 세대 간 단절 속에서 국내 상당 수 중소기업들에 가업승계는 이미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가업승계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정비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인 스스로의 노력이다. 일본의 가업승계난 뒤에는 사업의 장래성에 대한 젊은이들의 불신과 후계자의 경영능력 부족에 대한 CEO들의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자식도 탐내는 매력적인 기업을 키우고 일찌감치 든든한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자발적 폐업'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우리 기업인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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