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이 양곤마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이에 낀 흑대마도 아직은 미생이다. 백이 6으로 선수 활용을 하려고 했을 때 흑7로 먼저 응수를 물은 수순이 예리했다. 백8의 응수는 절대. 이곳을 하나 굴복시켜 놓고 9로 받은 것은 자로 잰 듯이 정확했다. 여기서 다시 이창호는 망설였다. 안전하게 두자면 참고도의 백1로 젖혀야 한다. 꼬리는 떨어지지만 계속해서 3, 5로 중앙을 틀어막으면 일단은 계가바둑이다. 그러나 이 코스는 어차피 백이 모자랄 것이다. 좌변 일대가 모두 백의 집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일단 흑대마의 근거도 없앨겸 10으로 젖힌 것이다. 백14로 가에 두면 백이 19의 자리에 몰아서 패의 형태인데 이것은 백쪽이 일방적으로 부담을 갖는 패이므로 견딜 수가 없다. 박영훈은 15와 17을 선수로 두고 드디어 19로 잡으러 갔다. “죽었나?” “아직은 덜 죽었어.” 검토실의 수군거림. 이창호는 결사적인 반항 수단을 미리 짜놓고 있었다. 그냥은 죽지 않고 패가 결론인데 그 패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귀결될까.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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