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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행동엔 단서가 남는다

인간이라는 야수 / 토마스 뮐러 지음, 황소자리 펴냄<br>야수같은 범죄자, 말은 은폐·조작할수 있어도<br>유럽 첫 범죄심리수사관이 풀어낸 경험담



1996년 5월 독일 함부르크의 모피 기술자 루츠 라인슈트롬이 무기징역에 처해졌다. 세 여자를 지하실에 가둬놓고 학대한 후 죽인 죄목 때문이었다. 라인슈트롬은 시체를 염산으로 녹이는 엽기적인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그를 만난 프로파일러(profilerㆍ범죄심리수사관) 토마스 뮐러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라인슈트롬은 여자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다른 사람들과는 모든 면에서 달랐다. 그의 행동은 지배력과 절제력을 내뿜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서 '나는 사람을 죽였다'는 카인의 징표를 이마에 새기고 다니는 건 아니다." 연쇄살인범과 같은 사이코 패스형 범죄자는 조직의 결속을 위해 문신을 새기는 조직폭력배와 달리 우리 옆집에 사는 선량해 보이는 평범한 이웃일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까지 12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난 강호순 사건으로 최근 프로파일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프로파일러는 중요 사건 발생시 과학수사 요원과 현장에 출동해 범죄과정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한 후 범행 동기와 용의자 특징 등을 분석하고 심문에도 참여하는 사람이다. 책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범죄심리학자이자 유럽 최초의 프로파일러인 저자가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경험담을 풀어냈다. 그는 1993년부터 5년간 편지폭탄 사건으로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며 오스트리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바이에른 해방군 사건'을 분석해 범인을 체포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뮐러는 눈에 띄지 않는 연쇄살인범의 범죄에는 그들의 행동 패턴과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범죄자의 말은 은폐하고 위장 조작할 수 있지만, 그의 행동은 그럴 수 없다." 범죄 현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범죄자의 모든 행동과 태도를 발견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해방군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편지봉투를 열면 폭탄이 터지게 한 편지폭탄 사건은 문외한에게는 누군가가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사실만 눈에 띄지만 전문가에게는 수많은 태도가 보인다. 범인이 어떤 크기와 색깔의 편지봉투를 선택했으며 손으로 글을 썼는지, 발송인 주소를 허위로 기재했는지, 우표를 반듯하게 붙였는지 등을 생각해보면 편지봉투를 고르고 발송하기까지,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50가지 이상의 행동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행동들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목표를 달성하며 타인을 기만하거나 자신을 위장할 목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프로파일러의 역할은 범인의 행동에 숨어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범인이 남긴 흔적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다. 저자는 프로파일러의 존재 가치는 인간을 야수로 돌변하게 하는 사회에서 소통을 통해 범죄를 막는데 있다고 말한다. "많은 프로파일러들이 여러 해 동안 해 온 일이 단 한 건의 범죄라도 막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지요. 적시에 적절한 정보들을 적절한 사람에게 알려줌으로써 단 한 건의 강간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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