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슬람 영화인 ‘순진한 무슬림(Innocence of Muslims)’으로 인해 촉발된 아랍권의 반미 시위가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슬람권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확산되는 반미 시위= 14일 수단 수도 카르툼에서 수백명의 시위대가 독일 대사관으로 몰려가 자동차와 쓰레기통을 불태웠으며 이후 인근 영국 대사관으로 몰려가 공격을 감행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대사관이 아닌 서방국가 대사관에 ‘무차별’ 공격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독일ㆍ영국 대사관에서는 현재까지 인명 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13일 예멘의 수도 사나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미 대사관에 난입해 경찰과 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위치한 스위스 대사관 근처에서는 500여명의 사람들이 “미국인에게 죽음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사흘째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지금까지 220명이 넘게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 날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쿠웨이트에서도 500명의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 앞에 모여 알카에다기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14일에는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 시위대들이 패스트푸드 식당인 KFC에 불을 지르는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이날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레바논에 도착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교황은 앞으로 3일 동안 레바논에 머물 계획이다.
현재까지 반미 시위는 리비아ㆍ이집트ㆍ튀니지ㆍ예멘ㆍ수단ㆍ모로코ㆍ이란ㆍ팔레스타인 가자 지구ㆍ이라크ㆍ방글라데시ㆍ모리타니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10여개 이상의 이슬람국가에서 발생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이슬람 국가들도 자국 주재 미국 대사관 외곽에 경호부대와 특수 경찰을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이슬람교도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는 국민들에게 자제를 요청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번 사태가 자칫 미국 본토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빌딩이 알카에다의 테러로 인해 무너져 내린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13일 “반무슬림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미국 내에서도 반미주의자들의 폭력 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 금요 기도회가 최대 고비=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는 이슬람권 국가들의 휴일이자 기도회가 열리는 14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14일(현지시간) 오후 기도를 마친 후 ‘1만명 행진’을 열 것을 제안했다. 이집트의 경우 아랍권의 수장인데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순진한 무슬림’이 처음 보도된 나라라는 점에서 반미 시위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번 사태가 중동에서 반미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던 지난 1979년과 같은 사태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시와 달리 지금은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ㆍ이집트ㆍ튀니지 등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정치 세력들이 늘었으며, 이들 정부들도 적극적으로 반미 세력을 규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13일 미국측에 대사관 공격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으며, 시위대에 조사를 벌이는 등 반미 시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집트의 무하마드 무르시 대통령도 이날 카이로의 미 대사관을 공격한 시위대를 비난했으며, 이집트 내 미국인들과 미 외교관 건물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유투브에서 반미 시위를 부추기는 ‘순진한 무슬림’의 예고편을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아예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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