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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월 4일] 자통법, 기회이자 위기


“어쩌면 편하게 장사했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는지도 모릅니다. 기회라면 기회인데 그만큼 위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브로커리지(위탁판매)에 치중하는 한 증권사 임원의 이야기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하나 오픈해놓으면 개인 투자자들이 찾아와 주식을 사고 파는 덕분에 수수료를 남겼고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으로 펀드를 사는 고객들이 판매 수수료를 안겨줬다. 수시로 “규제가 많다”며 불만을 터뜨렸지만 주어진 틀 안에서 편안하게 장사를 했다. 4일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이처럼 경직됐지만 기득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시스템도 깨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회사들과 경쟁하며 창의적인 파생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자기자본투자와 선물은 물론 헤지펀드도 해야 한다. 잘하는 증권사는 얼마든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지만 시장과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하면 즉시 망할 수도 있다. 최근의 금융위기와 실물경기침체에 더해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의 분위기는 최근 들어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투자은행(IB) 영역을 확대한다’ ‘해외진출을 늘린다’ 등 다양한 꿈에 부풀어 있었다. 마치 곧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IB가 될 수 있을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올들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는 ‘리스크관리’다. 사업확장은커녕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얘기다. 펀드 판매 등에 엄격한 투자자보호규정이 도입됐지만 큰 소동은 없었다. 증권업협회에서 최근 제시한 ‘표준투자권유준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달라는 기자들의 숱한 요청에 대다수 증권사의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청했다. 혹시 투자자들이 자신의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다. 지난해 주가 폭락을 경험한 후 시장을 살리고 신뢰도를 높이려면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증권사나 투자자 모두 이제 돈을 벌려면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공든탑이 무너지랴’는 속담처럼 굳건한 토대를 갖고 성장하는 한국 자본시장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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