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단계적 폐기를 선언한 독일이 재생에너지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총 200억유로(296조원 상당)에 달하는 에너지 투자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독일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원전을 풍력ㆍ태양열 등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바꾸는 데 성공할 경우 각국의 에너지 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독일의 경제정책 싱크탱크인 DIW경제연구소를 인용,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미국 뉴욕시의 6배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 지역을 조성하는 한편 런던과 바그다드를 잇는 송전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19일 전했다.
원전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원을 바꾸는 초유의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총 200억유로로 독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자금이 에너지 정책에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추진될 경우 독일의 최종 소비전력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현재 약 20% 수준에서 오는 2020년에는 35%로 올라설 것으로 독일 정부는 보고 있다.
국내 전력 사용량의 4분의1을 의존하는 원자력발전을 풍력ㆍ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독일의 시도는 글로벌에너지시장의 시험대 역할을 하며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35년까지 세계적으로 5,900GW에 달하는 전력확충을 위해 최소 100조달러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DIW경제연구소의 수석 에너지 전문가인 클라우디아 켐페르트는 "독일이 에너지 전환에 성공한다면 이는 전세계 경제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며 "반면 실패는 독일의 정치ㆍ사회ㆍ경제에 대참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2대 전력회사인 RWE의 차기 최고경영자(CEO)인 페터 테리움도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인류의 달착륙만큼이나 커다란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원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이미 곳곳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53.8GW의 전력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복합단지가 설립됐으며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 업체인 보쉬가 태양에너지 사업에 15억유로를 투입하는 등 독일의 주요 기업들도 관련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편 재생에너지 활성화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스웨덴ㆍ오스트리아ㆍ스페인ㆍ슬로베니아 등은 풍부한 수력발전 능력을 바탕으로 2020년 재생에너지 비중 면에서 독일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각각 내놓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말 공개한 2050년까지의 장기 에너지로드맵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10년 현재 11% 수준에서 2050년까지 최소한 55%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