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저녁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이 행사는 조선 수주량 1,000만톤을 기념해 2004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조선업계 최대 이벤트다. 지난 1년간 조선업계 종사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잔치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선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연이은 실적 부진으로 업계 전체에 강력한 쇄신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외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도 시종일관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경영실적 부진으로 그룹 내에 경영분석 태스크포스(TF)팀이 발족하고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50년 지기(知己)'로 불리던 이재성 전 회장도 물러나는 등 현대중공업 내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조선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당초 이날 행사에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행사장에서는 산업정책실장이 자리를 지켰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업계 시황이 좋지 않다 보니 행사에 대한 중요도 역시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 조선 시황이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1·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으나 2·4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섰고 현대중공업 역시 2·4분기 1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냈지만 3·4분기부터는 다시 오르막을 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도 올해 시장 전망에 대해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낙관적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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