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미화 500달러만 받아도 임금수준이 높은 것으로 간주되는 동남아시아. 하지만 이 곳에는 세계적인 대부들도 함께 살고 있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오기 1년 전인 1996년, '포브스'에서 매년 집계하는 세계 부자 순위 25위권 내에는 동남아시아 재벌 8명이 포함돼 있었다. 리카싱 홍콩 청쿵 그룹 회장, 로버트 ? 말레이시아 농업 재벌, 곽렁벵 싱가포르 M&C 그룹 회장 등이 그들이다.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글을 기고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기자로 15년 넘게 활동한 저자가 싱가포르ㆍ말레이시아ㆍ태국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홍콩 등의 재벌들의 성공 노하우를 분석한다. 책을 통해 그는 재벌들이 동남아시아 경제를 좌우하는 이유와 그들이 경제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왜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지 등을 세밀하게 관찰했다 저자는 책에서 동남아시아 재벌을 '대부(godfather)'라 부른다. 그들을 이야기할 때 신비함, 냉담함, 남성의 힘, 가부장제의 전통이 빠지지 않는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는 동남아시아 사회, 경제, 정치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이들 재벌의 탐욕 때문이 아니라 경제 중심에 재벌이 있게 한 사회 체제의 문제라고 말한다. 일본, 미국, 유럽연합 국가들을 부유하게 만든 것은 개인이 아니라 효율적인 정치, 사회 제도라는 것이다. 저자는 아시아 대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 개혁에 필요한 실마리, 그리고 부를 바라보는 혜안을 제시한다. 1만5,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