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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

3차원 입체구조 광반도체 소자 개발… 차세대 LED시장 선도 길 열다

같은 물질로 구조 크기만 바꿔… 발광 색 손쉽게 변환 가능해져

단일칩 백색LED 제작 가시화… 복잡한 공정 단순화는 숙제로

조용훈(왼쪽)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물리학과 교수가 실험실에서 제자들에게 물리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조용훈 KAIST 교수

조용훈 교수의 연구 성과가 실린 논문 표지. /사진제공=미래부

양자역학을 활용한 양자정보통신기술과 양자컴퓨터의 등장은 아직까지 인류의 꿈으로 남아 있다. 반도체 재료를 나노 수준에서 제어해 게놈(유전자), 기상, 경제 등 현시대의 슈퍼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복잡한 영역의 연구에 쓰일 수 있다. 특히 광소자의 경우 빛을 이용하다 보니 지금과 같은 전자시대에서는 상상도 못할 속도로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완전한 양자정보기술 출현까지는 아직 여러 난제가 쌓인 것도 사실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월 수상자인 조용훈(49)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반도체 나노구조를 활용해 차세대 초고속 광집적회로 분야는 물론 양자정보기술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3차원 입체구조의 광반도체 소자를 개발한 과학자다. 광반도체 소자란 전기 신호를 빛의 신호로 바꾸는 반도체 형식의 소자를 말한다.

◇나노미터 3차원 입체구조 광반도체 소자 개발=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등 기존의 광반도체 소자는 대부분 2차원 평면구조를 따르고 있다. 2차원 반도체 소자는 공정이 쉽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성능 개선에는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특히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LED의 경우 백색 광원을 얻기 위해 청색 LED 위에 보라색 형광체를 사용한다. 단일칩 형태가 아니다 보니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제품이 오래되면 색도 변질된다.

조 교수는 이에 나노미터 차원의 3차원 입체구조의 광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 관련 산업의 신기원을 열었다. 3차원 구조의 소자를 활용하면 형광체 없이 단일칩 형태의 백색 LED 개발이 가능해진다. 특히 기존보다 결함구조가 줄고 평면구조보다 표면적이 넓어져 훨씬 다양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예컨대 피라미드 형태로 소자를 만들 경우 2차원인 면뿐 아니라 면과 면이 만나는 곳에 1차원인 선이, 4개의 선이 만나는 곳에 0차원인 꼭짓점이 형성되기 때문에 하나의 물질만으로 면·선·점 등을 활용해 수많은 색의 파장을 만들 수 있다.

특히 3차원 구조의 꼭짓점에서 양자점을 형성시키면 초고속 단일 광자 발생기도 만들 수 있다. 단일 광자 발생기는 한 번에 하나의 광자를 주기적 시간 간격을 두고 발생시키는 장치로 양자컴퓨터를 비롯해 차세대 양자정보통신에 필수적인 광원으로 꼽힌다. 또 광소자를 3차원 막대 구조로 형성할 경우 한쪽 끝에만 빛이 전달되는 독특한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

조 교수는 "같은 물질로 구조의 크기만 바꿔 발광의 색을 쉽게 바꿀 수 있게 됐다"며 "연구 결과는 LED뿐 아니라 양자컴퓨터·양자정보통신 등 미래 기술에 충분히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LED 산업 위상 강화에 큰 도움=조 교수의 연구 업적은 국내 관련 산업의 위상 강화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LED와 관련한 특허들이 일본·유럽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고 최근 중국 업체들까지 급성장하면서 한국만의 차별화된 원천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조 교수는 지난 2010년부터 LED 산학 협력 연구를 주로 담당하는 KAIST LED 연구센터 초대 소장도 함께 맡고 있다.

다만 본격적인 상용화 기술로 이어지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3차원 광반도체 소자 구조 공정이 변색 없이 안정적이고 에너지 손실이 없도록 꾸릴 수 있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차원 구조만큼 공정을 간편하게 하는 게 시급하다.

조 교수는 "3차원 구조 공정의 경우 빛을 만들기 위한 전류를 골고루 주입해주는 문제가 어렵고 복잡하다"며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갖는 기업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상용화보다 공정을 편리하게 하고 기술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학부 때부터 물리학을 전공을 택한 이유로 "세상에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순수과학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학번으로는 드물게 석·박사 과정까지 모두 한국에서 밟은 국내파다. 학부 때만 해도 진로에 대해 다양한 길을 놓고 고민하다 대학원 진학 직후부터 과학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조 교수는 "대학원 진학 직전만 해도 다양한 곳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연구를 시작하면서 나노 규모의 변화로 색이 바뀌는 것과 같이 작은 차이가 눈으로 확인되는 큰 결과의 차이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국내 대학원을 다닐 당시 연구 장비가 넉넉지 않아 원하는 실험을 위해선 다른 연구소에 장기간 머물며 제한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했다"고 떠올렸다.

조 교수는 최근 과학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자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과학계가 그동안 대중에 더 가깝게 다가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또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주어진 질문을 푸는 것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과학계가 연구만 잘하려고 할 게 아니라 대중연, 대중매체 활용 등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활동도 활발히 해야 할 것 같다"며 "좋은 과학자가 되려면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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